
“발달장애인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양성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멘토로 모시는 한 분이 이런 제안을 하셨을 때 무척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소프트웨어 테스터(tester)는 개발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전문적인 직업이다. 소프트웨어 테스터는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직업이며 소프트웨어 품질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면서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 과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교육 수료생들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지만, 장애인 그것도 발달장애인을 테스터로 양성하는 것은 무척 도전적인 일처럼 느껴졌다.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드렸지만 두렵고 낯설게 느껴졌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는지 직원들에게 물어봤을 때 역시 걱정에 가득 찬 반응이 돌아왔다. 3명의 발달장애인을 교육생으로 모집하고 약 120시간으로 구성된 교육 설계가 완성되기까지 나를 비롯한 직원들 모두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교육 시작 첫날 강사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주의가 산만한 발달장애인의 수업 태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될까요? 교육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요?”라는 직원들의 우려 속에 포기하지 않고 교육을 끌고 나갔다. 그리고 교육을 더 쉽고 재미있고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특히 산만한 학생에게는 보조 강사와 함께 수업을 듣게 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줬다.
숙제를 내주고 발표를 시키고 자격증 합격을 위한 모의시험도 1주일에 한 번씩 풀게 했다. 발달장애인의 행동 방식과 수업 태도에 익숙해지면서 학생들이 부족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복적인 학습을 유도했다.
2달간 교육이 끝나고 학생 3명이 소프트웨어 테스팅 국제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 강사들 모두 최선을 다해 학생들과 호흡하며 교육을 진행했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장기간의 전문 교육을 받고 테스팅 자격시험에 응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일주일 뒤, 시험 결과가 나왔을 때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생 3명 모두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로 테스팅 국제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현업에 있는 테스터들도 자격증 합격률은 50%를 넘지 못한다) 한 달 후, 교육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발달장애인 청년 3명이 참여 가능한 소프트웨어 테스트 일감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테스트웍스에서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루카복음 5장에서 나병 환자에게 일어난 진정한 기적은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신’ 행위에서 시작한다. 예수님은 몸을 굽히시고 눈을 마주치시며 손을 내미시면서 나병 환자의 있는 모습 자체를 받아들이신다. 예수님의 이런 행위를 통해 나병 환자는 육체와 함께 영혼의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성별, 인종, 나이, 장애, 사회ㆍ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라고 권고하고 계신다.
테스트웍스는 상대방의 있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관심과 사랑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기적과 치유를 경험했다.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산책하면서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자연스러운 동료애를 키워가고 있다.
우리 회사의 자폐성 장애인들은 회사 동료를 위해 간식을 사오는 등 자폐성 장애인들이 통상적으로 하지 않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를 감동케 한다. 치유와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대로 우리 주변의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손을 내밀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치유와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