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의 종은 자기가 만족스러워할 때에는 자기에게 어느 정도의 인내심과 겸손이 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만족스럽게 해야 할 바로 그 사람들이 자신을 반대하는 습관이 왔을 때, 그때에 지니고 있는 만큼의 겸손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 그 이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남긴 「영적 권고」 중 ‘인내’에 관한 내용이다. 신자라면 누구나 예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를 고꾸라지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 ‘인내’다. 타인을 위해 자선을 하거나 돈을 쓰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인내와 겸손을 지니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내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나는 마음이 몹시 상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의 기도와 신심행위에 열중하고, 육신의 많은 극기와 고행을 하면서도 자기에게 해가 될 듯한 말 한마디만 듣거나, 혹은 어떤 것을 빼앗기기만 하면 발끈하여 내내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들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진정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뺨을 치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적 권고」 중 ‘마음의 가난’)
나름 매일 성무일도와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고, 영적 독서도 하고 있지만 나의 신심생활을 한 방에 날려 버리며 나를 고꾸라지게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 ‘마음의 가난’이다. 며칠 전 남편과 중요한 일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매직펜으로 머릿속 생각을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글씨 쓰는 소리가 듣기 싫다며 싸인펜으로 쓰라고 했다.
“뭐라고 자기를 위해 글을 쓰고 있는데 소리가 듣기 싫다고? 안 쓸래!”
나는 화가 나서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그렇게 우리의 논의도 날아갔다. 빼앗긴 것도 없고, 나를 미워한 것도 아닌데 그저 기분 나쁜 소리 한마디 들었다고 순간적으로 화를 냈고, 일을 그르친 것이다. 이것이 마음이 가난하지 못한 나의 진짜 모습이다.
누구든 자신을 알고 싶다면 지금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보라고 하였다. 나는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쓰기도 하고 연민의 마음도 있어서, 어려운 누군가를 만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자선을 베풀거나 도움을 주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정 어려운 일은 나에게 신세를 진 사람이 나에게 잘 못할 때 그 사람을 못마땅해하지 않는 일이요, 타인의 싫은 소리를 너그러이 들어줌으로써 마음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나의 교만을 잠재우는 일이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성녀 젬마에게 그를 간호해주던 수녀가 인간이 이루어야 할 덕행 중에 가장 어려우며 하느님께서 귀하게 여기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젬마 성녀는 “겸손입니다. 둘 다 겸손이에요. 겸손은 모든 덕행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고 대답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필요한 덕행은 겸손이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