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학사님을 소개합니다.
올 가을부터 Indiana주에 있는 Saint Meinrad Seminary and School of Theology(왼쪽)에서 공부하게될 박근형 사무엘 신학생님에게 (외아들인데) ‘어떻게 성소를 받았는가?’를 물었더니, 이렇게 적어서 보내 주셨습니다.
앞으로 한 달을 본당에서 현장 실습을 하면서 공부를 준비하실 사무엘 신학생님에게 격려를 보내 드리며 소개합니다.
어릴 적 저는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꿈은 없었습니다. 다만, 나중에 꿈이 생겼을 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치열하게 공부했었고 그러면서도 신앙 생활을 게을리 하진 않았습니다.
성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성당가면 토요일 오후를 다 쓰는데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이 낫지 않아?”라는 학원 선생님의 질문이었습니다. 오전 8시에 학교에 도착한 뒤, 오후 10시에 학교에서 나오는 ‘평범한’ 고등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토요일 오후를 놓치면 안된다는 선생님의 질문이 당시에는 너무나 합리적으로 느껴져서 그때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저를 신학교로 이끌었습니다.
먼저, 학교, 학원의 ‘나’와 성당에서의 ‘나’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학교는 제가 평가되는 곳이기에 저는 성적, 수상 기록과 같은 ‘수식어’를 통해 존재하였으며 때론 성적, 교내 대회의 경쟁자가 되는 친구 관계는 진심보다는 긴장과 비교가 앞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성당에서 하느님과의 관계 그리고 성당 친구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서로를 위한 기도 속에서 저는 온전한 제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 진정으로 저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하느님께서 이미 저에게 많은 은총을 내려주고 계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저는 제 가치를 타인의 기준에 맡기게 되었고 그것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면, 성당에서의 시간은 제가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고, 그 안에서 비로소 자유롭게 숨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여정 가운데, 본당 중고등부 피정에서 경험한 십자가 경배는 성소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멀리서 바라보며 상징처럼 느껴졌던 십자가를 눈앞에서 마주하고, 직접 손으로 만지는 순간, 제 안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는 “나는 너를 사랑해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너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하시는 듯하였습니다.
그 사랑 앞에서 저는 도망치고 싶었던 제 모습들, 불안과 열등감조차도 이미 주님의 품 안에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저는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사랑에 응답하고 이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 안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구체적으로 사제의 꿈을 꾸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이렇게 신학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