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25. 멘토 부부가 돼줍시다

이윤식 (후고, 서울대 명예교수)
이윤식 (후고, 서울대 명예교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혼인 건수는 30만 2800건, 이혼 건수는 10만 9200건이며,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14.6년이라고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그들 마음의 상처와 사회적 후유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운전면허를 땄다고 금방 차를 몰 수 있을까? 운전은 시간이 지나면 잘하게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해가며 운전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모른다. 혼인한 것은 이제 막 운전면허를 딴 것에 비길 수 있다. 면허만 따가지고는 운전을 잘할 수 없다. 조교가 옆에 앉아 연수를 시켜줘야 조금은 자신감을 갖고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신혼부부에게도 운전 연수 조교처럼 혼인 생활에 실제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 부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사랑의 기쁨」에서 “신혼 초기는 부부들이 혼인의 도전과 의미를 더 깊이 깨닫는 중요하고도 조심스러운 때입니다.

그러므로 혼인성사 거행 이후에도 계속하여 그들과 사목적으로 함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목에 성숙한 부부들이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223항)라고 멘토 부부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다.

우리 부부는 30년 전 매리지 엔카운터(ME) 운동을 접하게 되어 ME 주말에 다녀왔고 ME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ME 주말 체험은 바오로 사도의 회심처럼 좌충우돌하는 우리 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ME 주말을 다녀온 선배 부부들은 우리 부부에게 훌륭한 멘토가 돼 주셨다. 그분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우리의 행동방식도 서서히 바뀌게 되었다.

ME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한국 ME 대표 부부의 책임까지 맡게 되었고, 걸어 다니는 ‘혼인성사’로서의 소명을 갖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부 사랑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 후배 부부들로부터 우리가 그들이 닮고 싶은 멘토 부부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부부의 40년간의 혼인 여정이 무척 풍요로웠음에 주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된다. 감히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7)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생각나곤 한다.

ME 운동은 50여 년 전 한 스페인 신부님이 청소년을 상담하다가 문제 청소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가정은 사회와 교회의 기초”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든 문제는 사실상 가정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제자들로부터 주례를 부탁받을 때 가능한 한 거절하지 않는다. 단, 조건이 있다. 혼인에 대해 2시간 정도 우리 부부로부터 개인 교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식사하면서 각자의 성격이나 성장 배경 등을 물어보고, 혼인 생활의 이모저모에 관해 이야기해 주고, 각 부부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 주례사를 준비하곤 한다.

학문적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인간관계의 중요성,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부 관계에 대해 그동안 우리 부부가 살아온 경험을 예로 들며 일깨워주곤 한다. 예수님께서는 복음 전파의 사명을 제자들에게 부여하시면서 둘씩 파견하셨다(루카 10,1).

그분께서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혼인한 부부들을 둘씩 짝지어 세상에 파견하신다. ‘부부의 기도’에서처럼 혼인성사를 받은 부부 모두가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성사’가 되어 갓 운전면허를 딴 부부에게 또 다른 멘토 부부가 되어주면 좋겠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