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63. 미사의 은총으로 정화되는 마음

(류연실, 젬마, 사진가·이탈리아어 통번역가)
(류연실, 젬마, 사진가·이탈리아어 통번역가)

 

이탈리아에서 지내며 가장 좋았던 것은 가까이에 너무나 아름다운 성당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에는 거의 5분 거리마다 성당이 있기에 성당마다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성당 안에 모셔진 다른 모양의 십자가와 예술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사 시간이 다양해 상황에 따라 맞는 시간에 미사를 드릴 수 있었고, 매일 미사 전례의 아름다움을 마음 깊이 체험할 수 있어 특별했다.

매일 삶이 거룩해야 하지만 한계가 많고 부족함이 많은 나는 미사의 은총, 특별히 성체의 은총을 통해 내 한계에서 벗어나 내 안에 예수님을 모시면서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난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성당에 다니고 미사를 드렸지만, 기도의 의미와 미사 전례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것은 이탈리아에 와서였다.

미사 전례는 참으로 아름답다.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다. 선의를 가지고 한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축복하며 평화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하늘의 천사 같아 보이지 않을까? 기도는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을 믿음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기도를 통해 마음을 더욱 정결하게 비워 그 안에 사랑이 채워지게 되기에 기도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모으는 선한 의지의 표현이 된다.

미사를 통해 느끼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것은 결국 외부적인 영향이 아닌 나의 자아(에고)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고로 욕심이 생기고 에고로 인해 상처를 받고,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게 사랑이 되기 위해 말하고 들어주는 것…. 이 땅에서 이뤄지는 모든 만남이 서로에게 기쁨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선물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드린다.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면서 늘 시작하는 이탈리아어 기도가 있다. “당신만이 전부이시고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 손에 내 영혼과 마음을 온전히 맡겨드립니다. 당신께서는 저의 전부이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신 안에서 뿌리를 내리기를 원합니다.”(Tu sei tutto, io sono nulla. Ti affido la mia anima e il mio cuore nelle tue mani perch sono tutta tua. Vorrei essere pi radicale in te.)

기쁜 순간이든 힘든 순간이든 이 기도를 드린다. 기쁠 때는 교만해지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기쁨을 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힘들거나 슬플 때는 그 순간 나 혼자가 아닌 주님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청하며 기도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인상적이었던 성당을 이야기하고 싶다.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에 있는 ‘눈물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이 성당을 방문하고서 나서야 이곳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1953년 8월 29일부터 성모상에서 네 번의 눈물이 흐르는 기적이 일어났다. 조사 결과, 진짜 사람의 눈물이었다고 한다. 또 한 아이의 병이 이곳에서의 기도로 씻은 듯 나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치유의 신비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고해성사의 은총으로 새로워진 영혼과 마음을 다해 기적이 필요한 곳에 이 은총이 함께 하길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영육간의 고통이 있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 상실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위로를 얻게 하시고, 서로가 배려하고 감싸주며 보듬어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