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71. 감사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김하늘, 체칠리아, 배우)
(김하늘, 체칠리아, 배우)

 

제가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분 중에 가장 감사드리고 여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분이 계십니다. 故 김지영 마리아 막달레나 선생님입니다. 김지영 선생님은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작품으로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성당에 다니지 않고 냉담할 때였습니다.

그때 만난 김지영 선생님은 저에게 하느님에 대해 체험하고 느끼셨던 것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상태를 눈치채시고 일부러 그렇게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면서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면 귀담아들어 주시고 조언과 응원도 해주셨습니다.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저는 성당에 다시 나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마도 그때의 저는 힘든 일과 오랜 냉담으로 마음이 많이 닫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문득 선생님이 생각나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저와 함께 미사에 가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으로 선생님과 함께 성당에 가기로 약속한 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선생님은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날 이후 주일마다 우리는 명동대성당에서 만나 함께 미사를 드렸습니다. 미사 후에는 오랜만에 고해성사도 보고, 선생님께서 성물도 사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하고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은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 함께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고 또 하느님께로 다가갈 수 있게 이끌어주시며 기도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지금도 제가 기억하고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침기도’입니다. 어느 날 선생님께 연락이 와서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빡빡한 촬영 일정 때문에 바빠서 부득이하게 주일 미사를 가지 못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기도를 하면 자연스레 눈을 뜨자마자 하느님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니까 아침기도는 꼭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저는 눈을 뜨자마자 누워서 바로 성호를 긋고 하느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아주 짧게 그리고 어느 때는 조금 길게 기도를 합니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하느님께서는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아침기도를 하게 해주신 김지영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봅니다. 나도 선생님처럼 나중에 후배에게 신앙을 되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내가 신앙적으로 꼭 필요할 때 하느님께서 선생님을 보내주셨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선생님과 함께 대화하고, 힘들 때 연락드릴 수는 없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지금 하느님과 함께 계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하느님과 함께 잘 계시죠? 가끔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합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에 저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응원해주세요.”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