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72. 하느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김하늘, 체칠리아, 배우)
(김하늘, 체칠리아, 배우)

 

나는 어릴 때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손 한 번 들어본 적이 없고, 선생님께서 책 읽기를 시키면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장래 희망을 정했는데 난 딱히 잘하는 게 없어서 늘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주 우연한 기회로 생각지도 못하게 의류 모델이 되었어요. 그 후 광고와 영화를 찍게 되고 쉼 없이 달려 지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면 내가 대학에 진학하고, 모델이 되고, 많은 작품을 만날 때마다 우연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늘 모든 것은 하느님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하던 작품이나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것이 내 것이 아닌 이유가 있을 거야. 하느님의 깊은 뜻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연연하지 않고 많이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에 더 소중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임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연기자로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고 표현하면서 저 스스로 행복감을 느낍니다. 고맙게도 많은 사람의 응원과 저의 연기를 보고 작은 행복을 느끼고 감동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탈렌트를 주신 하느님께 한없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느님께서 이런 탈렌트를 주신 이유가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라고 하신 건가? 난 그냥 이렇게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예전에 나는 앞만 보고 달리기에만 바빴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도 넓은 시야로 앞을 보질 못했어요.

그런데 언젠가 내가 잘 아는 신부님께서 “체칠리아는 하느님의 많은 은총을 받았어. 체칠리아는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연기자가 될 거야. 오드리 헵번같이 훌륭한 연기자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라고 하셨어요. 그때 난 “제가 어떻게? 그분은 마음도 얼굴도 너무 아름다운 분이신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부님께선 인자한 눈빛으로 늘 응원하고 기도하시겠다고 하셨어요. 난 그때 연기만으로도 버거운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지금도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신부님은 그분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이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를 하라고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하느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하며 마음을 편하게 갖습니다. 매일 매 순간 어떤 큰 성과보다 그냥 좀 더 주변을 돌아보고, 한발 더 나아가고, 작은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밝혀주신 길 위에서 제가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느님! 제게 연기할 수 있는 탈렌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하느님의 빛을 늘 밝혀주세요. 저는 부족하지만, 하느님의 빛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게요. 그리고 늘 하는 말이지만, 사랑합니다! 하느님.”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