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본격적으로 성가를 부르게 된 것은 1984년 연말이었습니다. 사관학교 성탄 미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방문한 합창단원들의 아름다운 성가를 듣고 느낀 것이 너무 많아 주말에 합창단 연습실을 찾아갔습니다. 합창단의 연습을 뒤에서 앉아 듣고 있었던 저는 같이 노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합창단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합창단이 제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아퀴나스합창단입니다.
아퀴나스합창단은 성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77년에 고(故) 박고영 신부님께서 창단한 단체입니다. 지금까지 50년이 넘도록 한국 교회에 많은 성음악을 소개했고 지금도 주님을 찬양하는 미사 봉헌과 정기적인 연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생도 시절 주말이면 주어지는 금쪽같은 외박 시간을 아퀴나스합창단과 같이했습니다. 신부님께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것이 지금까지 제가 활동하고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막상 합창단원이 되긴 했지만, 처음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가톨릭 성가나 생활성가가 아닌 전통적인 교회음악을 주로 연주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아퀴나스합창단은 미8군 성당에서 성가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성가도 영어로 불러야 하고 라틴어로 된 고음악도 종종 불러야 했습니다.
제게는 정말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교회음악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매년 두 번씩 진행되는 사순 음악회와 연말 정기 연주회도 비록 준비하기는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과정이었습니다. 그저 제목만 들어보거나 어쩌다 한 번 들어 보았던 ‘메시아’나 ‘요한 수난곡’ 같은 음악을 전곡으로 연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2년 전에 창단 50주년 기념으로 명동대성당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연주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많은 신자 분이 오셨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연주 시간 동안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내용의 곡들이 연주되었고 마지막 곡인 ‘아멘’이 끝났을 때 관객 모두가 일어나서 환호와 격려를 보내주실 때의 감동은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진심으로 전한 우리의 연주로 하나되는 광경이었습니다.
단순히 신부님께서 정해주신 곡들을 불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전례에 필요한 곡들을 배워가는 과정이었고 지금도 그때의 가르침으로 제가 지휘하고 노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라틴어로 된 곡들의 내용을 배우고 전례에 맞는 기도문의 내용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퀴나스합창단에서 만나 30년을 훌쩍 넘은 시간 동안 같이 성가를 부르고 있는 아내와 지금까지 함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항상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주님의 영광과 신비를 끝없이 찬양하고 기도할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흠숭과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겸손한 종으로 봉사하며 살아갈 힘을 주시길 간구합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