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하지만 제 신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망설임과 두려움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제 신앙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주어졌음을 감사드리며 용기를 내봅니다.
어린 시절 신앙에 대해 생각하며 떠올리다가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 신앙생활은 어땠나요?”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닐 텐데 이상할 만큼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도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제 신앙의 시작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부모님께서 세례를 받으셨을 때부터 저는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영세가 저에게는 하느님의 부르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지금과 다르게(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산만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여느 아이들과 똑같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성당에 들어서기만 하면 차분히 앉아 기도하고, 떠들거나 장난도 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 보지 못하는 모습이었는지, 부모님은 아직도 어린 시절 기도하는 저의 모습을 기억하고 계셨고 그 모습을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그래도 궁금증이 폭발하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성체를 모시고 들어오시면 그렇게 귓속말로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합니다. “엄마, 성체는 어떤 맛이야? 성체에서는 어떤 향기가 나? 왜 안 씹고 오물오물하는 거야? 아껴서 먹는 거야?”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준비가 되어야 모실 수 있단다. 세례를 받고 나면 너도 모실 수 있지”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첫영성체 수업이 시작돼서 저는 그다음 해가 되어서야 성체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영성체 수업을 하는 친구 중에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영성체 연습을 한다면서 신부님께서 그 당시에 유명하던 계란 과자로 연습을 시켜주셨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과자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그 순간, 어린 마음에 ‘아, 성체도 그 과자처럼 너무 맛있는 것이라서 아껴먹느라 입에 넣고 녹여 먹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성체를 모시고 싶어 하고, 그것이 어떤 것일까 하며 매일매일 기도하면서 기다리던 순수한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운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나 혼자만 중요하고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첫영성체 교리를 들으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 남몰래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첫영성체 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그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부족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신앙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