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96.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

(김미희, 마리스텔라, ‘어머니들의 기도’ 한국지부 부회장)
(김미희, 마리스텔라, ‘어머니들의 기도’ 한국지부 부회장)

 

미국에서 제법 성공한 사업가인 친구가 지난해 중학생 시절 은사 수녀님이 몹시 그립다고 했습니다. 제 오지랖이 발동,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수녀님 찾기에 나섰습니다. 친구의 가슴속에, 수십 년 세월에도 퇴색하지 않은 큰 사랑을 심어놓으신 그분이 저도 궁금했습니다. 마침내 부산 수녀원에 계신 은사님을 찾았습니다.

최근 그 친구에게 너무도 슬픈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를 걱정하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행을 권유, 은사 수녀님을 뵙는 위로 여행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우연히도 우리는 수녀님의 금경축 기념일 때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수녀님 품 안에서 아주 많이 울었습니다. “사회적 성취와 부는 얻었지만 늘 슬프고 외롭고 불행해요”라는 제자에게 수녀님은 ‘하느님 안에 살기’를 권하시며 사랑으로 기도해주셨습니다. 한때 개신교에 열심이었던 친구는 지금 자기가 가장 원망하는 대상이 ‘하느님’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라며 주님께 대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수녀님은 그렇게 주님께 질문하라고 하셨습니다.

다음날 ‘명랑 수녀님’ 이해인 수녀님과 만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시집에 아기자기 스티커 장식과 덕담까지 더해서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신 수녀님과 한 시간여 웃고 울다가, 돌아가며 시 낭송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목이 메어 낭송을 잇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수녀님은 이 시를 낭송해주셨습니다.

“슬픈 사람들에게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가끔은 손잡아 주고 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그가 잠시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대책 없이 울면 같이 울어주는 것도 위로입니다….’

그 시구는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주시는 당부 같았습니다.

헤어질 때 친구는 은사 수녀님께 새로운 고백을 했습니다. “저에게도 사랑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오전, 친구와 함께 미사에 참석 후 한 수녀님을 만났습니다. 수녀님은 ‘다 가진 것 같지만 텅 빈’ 친구의 마음을 보시고 하느님을 찾으라고 당부하시며 기도해주셨습니다.

도착 다음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딱 한 번 뵌 적이 있던 한국 신부님께 1시간 30분 차를 몰아 달려갔다고 합니다. 쉬시는 날이었지만 신부님은 오랜 시간 친구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는 숙제를 내주셨다고 합니다. 마태오 복음서 5장을 일주일간 읽고 묵상한 다음 다시 만나자고. 일주일 후, 친구의 얘기에 이번엔 제 눈가가 흠뻑 젖었습니다.

“내 영혼이 평생을 갈구해온 행복이 바로 거기, 예수님의 산상수훈 안에 있더라. 내가 얼마나 가난한 사람이었는지… 마음이 이렇게 평화롭고 안정될 수가 없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멀고 먼 길을 돌아왔어. 이제는 내 아이도 가족도 사업도 남은 삶도 하느님께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