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333. 평화의 기도

(이수정, 데레사, 경기대학교 교수)
(이수정, 데레사, 경기대학교 교수)

 

모든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유지가 필수가 되면서 그동안 주일에 성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는 일마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엔 고립감이 덜하겠지만, 혼자서 이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면 더욱 마음도 몸도 힘들 겁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게 이 시기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의료진일 것 같습니다. 꼭 호흡기 내과가 아니더라도 대학병원들은 혹시라도 의료기관 감염이 진행될까 봐 특단의 대책으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온몸을 모두 가리는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호흡을 힘들게 만듭니다. 희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도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평화의 기도’입니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로 시작하는 어구는 예수님의 희생을 생각하게도 하지만, 한편 신앙인으로서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합니다. 돌이켜보면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제가 택했던 모든 일이 평화의 도구로서 주님이 원하셨던 일이었기를 뒤늦게라도 바라봅니다.

대구에 지원을 갔던 모든 의료인으로부터 저는 평화의 기도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매일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을 뒤로하고 어쩌면 용감하게 선택하였던, 그러나 세속적으로는 어리석다 일컬어질 수도 있는 그들의 선택은 온 나라를 구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과 다르지 않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었던 일이 그들에 의해 바로잡히고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같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전례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 속에서 그나마 일상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은 모두 헌신적인 의료인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대구에서 한 명의 의료종사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였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 이상은 의료인의 희생이 이어지지 않아야 할 터인데, 이를 위하여서는 온 국민이 합심하여 정부의 시책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자가격리자는 격리의 원칙을 꼭 지켜야 할 것이고, 일반인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원칙을 꼭 지켜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유례없이 파란 하늘을 봄철 내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꽃들도 예년보다 일찍 개화하여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이로 인해 잃어버렸던 것이 무엇인지 잠시 깨닫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인간의 교만은 자연을 파괴하고 스스로도 질병에 취약하도록 만들어 당연히 누리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진 절망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의료진의 모습입니다. 방호복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꼭 승리하기를 기도합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