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으로 초대하는 표현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내게 깊이 심어진 행복의 말씀은 마태오 복음 5장의 행복선언이다. 이 복음 말씀을 사랑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께서 심어주신 신앙 이야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유교 집안의 종손으로 유교의 정신과 문화에 푹 젖으신 분이셨다. 그러나 주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요한 세례자로 새로 태어나셨다.
유교의 가풍과 유교의 교육을 배경으로 성장하신 아버지셨지만 세례를 받으신 이후에는 고지식했던 사고의 틀을 벗어나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셨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산상수훈의 참된 행복에 대한 말씀을 마음에 담으시고 외로운 사람, 슬퍼하는 이들에 대해 따뜻한 손길을 펴시는 자비로운 삶의 여정을 선택하셨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예수님에 대한 묵상을 많이 하셨고 신앙의 열매를 맺고자 본당과 교구를 넘어 전국에 이르기까지 평신도 대표로 역동적인 삶을 사셨다.
부모님의 깊은 신앙교육 속에서 자라난 우리 형제들은 일찍이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했다. 우리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장애우들 쉼터를 방문해 슬퍼하는 아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지혜를 배우도록 가르쳤다.
어린 학생들은 쉼터를 방문한 후 수기를 썼는데 놀랍게도 의사, 간호사, 교사가 되어 고통받는 친구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다는 착한 의지의 글을 썼다. 그들의 결심은 훗날 실제로 멋진 결실을 보았고 이는 주님의 사랑이 빚어낸 감동적인 결실이었다.
나는 늘 신앙에 대해 묵상한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 특별히 가톨릭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누누이 반추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비록 내 신앙의 열매는 아주 작아 볼품없지만 내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신앙의 빛은 나를 맑게 하고, 나를 선하게 인도해 슬퍼하는 이들의 아픔을 보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를 키워주고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첫 회칙 「신앙의 빛」(Lumen Fidei)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신앙의 열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교황님은 ‘신앙의 빛’은 ‘성공적이고 풍성한 삶, 열매를 맺는 삶’으로 안내하는 ‘생명의 빛’이며 ‘인간 삶의 모든 요소’를 비춰주는 ‘참 빛’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는 신앙을 통해 풍성한 삶, 열매 맺는 삶을 향해 걸음을 재촉할 때 신앙의 빛으로 더 풍성해진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부단히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마더 데레사는 기쁨에 대해 “사랑에 불타는 마음은 항상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기뻐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우리는 기쁨을 얻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 기쁨이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한국교회는 2000년을 이어온 가톨릭교회의 위대한 족적을 기리면서 신앙의 큰 빛 속에 축복의 기쁨으로 충만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 추기경님의 탄생, 새 보좌주교님의 탄생, 새 신부님들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우리 선조들이 피흘림의 고통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온 신앙의 은덕으로 우리는 신앙의 빛 안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가. 더욱이 시복식을 거행하시기 위해 먼 길 마다지 않고 오시는 교황님의 사랑에 우리 마음은 뜨거워지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기신 말씀 “촛불은 자신을 태움으로써 어둠을 밝힙니다. 우리도 스스로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불태울 때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를 기억하면서 나도 세상의 한 구석을 비추는 작은 촛불이 돼 빛을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