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63. 성호경

강인봉 베네딕토(가수, 자전거 탄 풍경)
강인봉 베네딕토(가수, 자전거 탄 풍경)

 

며칠 전 결혼식 축가를 부르러 인천에 갔었습니다. 어여쁜 신부와 믿음직한 신랑이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는 자리, 마이크나 음향기기 등 주변 상황은 대부분 노래 부르기에는 부족하기 마련이지만 늘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열심히 노래하곤 합니다.

마침 그 날의 결혼식은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집안의 결혼식이라 예식을 마치고 다른 하객분들과 함께 피로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막 노래를 부르고 온 직후이다 보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하객분들께서 저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기도 하시고 같이 사진도 찍고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분씩 차례로 음식이 제공되고 각자 자신의 종교에 따라 기도를 하시기도 하고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분들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하던 대로 식사 전 기도를 올리고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몇 분들이 “우리도 성당 다니는데….” 라고 말끝을 흐리시더니 “집에서는 해도 바깥에 나와서는 못 하겠더라”고 겸연쩍게 웃으시더군요.

그러자 역시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또 다른 하객분께서도 “그러게요, 성호 긋는 게 너무 티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라며 맞장구를 치시더군요. 사실 그 날, 같은 테이블에 교우분들이 꽤 많이 앉아 계셨는데 제가 기도를 올리기 전까지는 서로 그 사실을 모르고 계시던 거지요.

그러다 누군가 식사 전 기도를 올리자 서로가 약간의 죄책감(?) 비슷한 걸 느끼셨는지 스스로에게 일종의 변명을 하게 되고 그 후 그 테이블의 분위기는 조금 썰렁해질 수밖에요.

예수님을 안다, 믿는다, 사랑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닐 텐데 우리 교우들은 뭔지 모를 쑥스러움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말끝마다 “주여! 주여!”를 연발하며 신자는 착한 사람이고 비신자는 무조건 배척하는 이분법적인 생각도 좋지만은 않겠지만 내가 천주교 신자이고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드러내고 자랑스러워 해도 좋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도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루카 12,8)라고 하신 것처럼 누군가를 믿고 사랑한다는 고백 없이는 그 믿음과 사랑이 완성될 수 없을 테니까요.

지금은 새로운 박해 시대일 수 있습니다. 신앙을 갖고 산다는 이유로 투옥되거나 순교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달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압도당한 나머지 종교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고 신앙을 갖는다는 자체가 세련되지 못한 일로 치부되어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성당에서는 신자로, 교회 바깥세상에서는 비신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이런 우리를 안다고 증언해 주실까요?

쉬운 일부터 하나하나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일단 교우들끼리 모인 자리나 가정에서의 식사 시간이 아니라고 해도 늘 해오고 익숙한 식사 전ㆍ후 기도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좀 놀라거나 어색해 할 수도 있겠지만 지속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오히려 믿음이 있는, 신뢰할 만한 친구, 동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십자성호 그으며 바치는 성호경, 다들 잘 아시죠?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