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66. 친해지기

강인봉 베네딕토(가수, 자전거 탄 풍경)
강인봉 베네딕토(가수, 자전거 탄 풍경)

 

1년여 전부터 주로 중국이나 사할린 등 재외 교포, 특히 북한 주민들을 주 청취 대상으로 하는 ‘한민족 방송’ 라디오에서 ‘가요 코리아’라는 한 시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벽 시간에 녹음 방송을 하다 보니 (라디오를 자유롭게 듣기 힘든 한민족 방송 주 청취자의 특성상 한민족 방송의 황금 시간은 밤 열두 시에서 아침 일곱 시 정도입니다.)

실시간으로 청취자의 반응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간혹 만나게 되는 탈북 동포(새터민이라고도 하지요)들께서 북에 있을 때 몰래 들었다고 하시거나, 중국에서 한국으로 올 날만 기다리며 고생하고 있을 때 ‘가요 코리아’가 많은 위안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면 나름대로 뭔가 해낸 듯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종합편성 TV에서 탈북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그분들과 거리가 많이 좁혀졌지만 아직 대부분의 남한 분들에게 탈북인은 아주 먼 존재이고 어쩐지 좀 두렵고 꺼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1년 넘게 그분들과 함께 방송하고 탈북인들과 자주 만나서 함께 일하게 되는 저도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남쪽에서 자라오신 분들은 그분들의 말투가 거칠고 생경할뿐더러 어릴 적부터 받아온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교육 탓에 경계를 늦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대로 그분들 입장에서는 아직 모든 것이 생소하고 생활 자체가 달라진 데다, 탈북 과정에서 어려웠던 기억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시겠지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서로 경계를 누그러트리면 다 같은 사람,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왕래가 없다 보니 조금 달라진 언어나 관습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조금만 함께하다 보면 서로의 차이는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거창한 통일 이야기는 잘 모릅니다만, 일단 누군가와 하나가 되고 함께하고자 한다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친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가 생겨 마음고생도 하고 귀찮은 일들도 발생하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접촉하지 않는다면 친해질 기회조차 없는 것이죠.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 굳이 남북통일, 탈북인 이런 묵직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 주변에 나와 갈라져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와 갈라선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다가서서, 먼저 따뜻한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훌륭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코드가 맞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 사람은 나와 코드가 안 맞아”라고 하며 아예 어떤 사람을 내 삶에서 배제해 버리는 거지요. 그런데 혹시 반대로 내가 그 사람 코드에 맞지 않고 내가 그 사람에게 배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내가 따돌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코드 따위는 무시하고 일단 한 번 같이 부대껴 보면 어떨까요? 어릴 적 부모님들이 일러 주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라는 말씀이 단순히 서로 다투지 말라는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알면서 비슷한 면은 즐기고 다른 면은 인정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게 바로 친한 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겁내지 말고 다가가면 됩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