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천 명을 먹인 기적을 일으키신 복음 말씀은 이렇다. 날이 저물기 시작했고, 이곳은 동네로부터 멀리 떨어진 황량한 곳이므로, 이를 걱정한 열두 제자가 군중을 돌려보내고 수익자 부담으로 각자 마을로 돌아가 식사하고 잠자게 하자는 것,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고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는데 어찌하오리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루카 9,12-17).
그런데도 “사실 장정만도 오천 명 가량이나 되었다”라고 말한다. ‘장정’이라 함은 나이가 젊고 기운이 좋은 남자를 말한다. 사도행전 4장에도 장정만도 오천 명 가량이나 되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단 장정만 세어 보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곳에 모였던 사람은 오천 명이 훨씬 넘는다. 그 안에는 당연히 늙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으며 아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여자가 너무 많아 세기가 어려워서 일단 건장한 남자만 세어 보았다는 뜻일 것이다. 예수님을 따랐던 당시 사람 중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요한복음에서도 예수의 십자가 곁에 서 있던 다섯 사람 중 네 사람은 여자였고 남자는 사도 요한뿐이었다. 여자 : 남자는 4 : 1이었다. 그런데도 성경의 이 대목에는 “오천 명을 먹이시다”라는 제목을 붙여 두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 신자는 남자의 1.5배 정도 된다. 또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 중에서 여자가 남자의 한 서너 배쯤 되는 것 같다. 기적이 일어난 곳에 있던 사람 중 노인이 장정의 최소 30%였다고 보면 5000×1.3=6500명은 남자다.
여기에 우리나라 남녀 신자 비율을 적용하면 6500×1.5=9750명이 된다. 따라서 모두 그곳에는 1만 6250명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1 : 1이었다고 해도 당시 모였던 사람은 6500×2=1만 3000명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먹인 사람 수는 오천 명이 아니라, 1만 3000∼1만 6000명을 먹인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있는 서울대의 학부 재학생 수가 올해 1만 6496명인데, 그렇다면 그 기적의 장소에 있던 사람은 지금 서울대 학부 학생 수와 같았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좌석 수는 대략 3000석 남짓이다. 따라서 예수님께 모여들어 배불리 먹은 사람이 이 기적을 증언하러 이 땅에 모였다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개를 모아야 다 앉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라고 한다. 그러면 광주리 한 개는 대략 1100명에서 1300명이 먹고 남은 조각을 담을 정도로 큰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예수님께 말씀을 듣고 병을 고치러 온 사람들이 12개 광주리를 들고 다녔을 리 없고, 열두 제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먹일 줄 알고 큰 광주리를 12개를 들고 다녔을 리 없다. 게다가 그 장소는 마을에서 떨어진 ‘황량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을 아무리 해 보아도 소용이 없다. 결국 우리 마음에 남는 것은 매우 많은 사람들, 모든 사람들, 우리 모두에게 내리신 엄청난 기적이라는 사실뿐이다.
열둘이라는 숫자는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내리신 한없는 은총을 말한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부속가에서 “온전하신 주예수님, 모든이가 모시도다”라고 노래하듯이, 모든 이에게 베푸시는 무한한 은총이 이 기적 속에 담겨 있었다. 그것도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황량한 곳에서.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