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91. 저 같은 사람도 천국엘 갈 수 있나요?

맹광호 이시도로(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수필가)
맹광호 이시도로(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수필가)

1970년대 말 어느 해 여름의 일입니다.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님 부탁으로 교구 내 본당 어머니 대표 30여 명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행복한 가정 운동’ 교구 워크숍을 진행한 일이 있습니다. 출산 조절이 필요한 신자 부부들에게 교회가 권장하는 ‘자연적 출산 조절’ 방법에 관한 지도자 교육을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교회 내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이 방법의 원리는, 임신을 원하거나 피하고자 할 때 여성의 배란(排卵) 시기에 나타나는 변화, 예컨대 점액 분비 상태 등을 관찰해서 배란일을 전후한 7일 정도 부부가 필요에 따라 임신이나 피임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틀간 이런 내용의 교육과 배란 증상 관찰 실습 등을 마치고 평가회를 가졌는데, 그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표하는 형식의 평가에서, 모두 신비한 여성의 생리 현상과 가임 시기의 존재 등에 관한 사실에 크게 놀랐다는 말과 함께 본당에 돌아가 열심히 이 방법을 보급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발표가 중간쯤 진행되었을 때 일입니다. 차례가 된 자매님이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감동해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재촉을 했더니 마지못해 일어난 자매님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는 대로 낳다 보니 다섯이나 되었고, 더 이상은 낳아 키울 수가 없어 두 번이나 유산했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배란 시기를 전후해서 일주일 정도 부부가 금욕하면 피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도 열심한 신자여서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그도 적극적으로 협조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유산까지 한 저 같은 사람도 죽으면 천당엘 갈 수 있을까요?” 하더니 곧바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장내는 숙연해졌고 여기저기서 눈물을 찍어내는 자매님들도 보였습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제가 잠시 후 그 자매님께로 가서 손을 잡고, “자매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일로 하느님이 야단을 치신다면 그것은 자매님이 아니고 저일 거예요. 제가 조금만 더 일찍 와서 교육을 했으면 자매님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하며 저도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성(性) 문제나 피임, 낙태 등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인간 생명과 관련된 일이고 특히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신앙과도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그냥 무시만 하고 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렇겠지만, 실제로 교회는 이 문제들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한마디로 ‘자제’와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제력이나 책임감은 비단 성이나 피임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실상 인간 생활 전체에 가장 중요한 덕목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성 관련 문제 해법 안에 이런 중요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