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09. 한가위와 가족의 눈물

김다혜 로사(방송인)
김다혜 로사(방송인)

1년 중 가장 큰 명절 한가위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갔다. 명절이 누군가에겐 가장 기쁘고 기다려지는 날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럽고 힘든 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보름달 아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오랜만에 만나 가족들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만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을 풀어놓으며, 모두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명절이 더욱 아픈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대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과 위로를 받지만, 역으로 그 가족으로부터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 과도한 관심과 애정이 빚어낸 또 다른 비수들을 받아내야 하느라 숨어서 눈물 흘리는 가족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다 감내해야 한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가족인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도 있겠지’ 하면서 거침없이 뱉어내는 말들.

가족이란 사랑으로 함께하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랑’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무례들을 범하고 있다.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언행을 조심하지 않고, 서로에게 거침이 없다. 그래서 좋은 날 모여서 식구들끼리 상처받고 큰 소리도 오고 간다.

오랫동안 쌓여왔던 앙금을 풀어놓거나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 자리가 가족 간의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가족이라는 기대치에 기대어 서로가 오해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가족이라도, 사랑하는 사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마음을 온전히 열어두지 않고, 왜 내 마음을 모르느냐고 소리친 적도 있다. 언젠가 라디오를 통해 비폭력 대화를 수년간 수업하신 선생님께 가족 간의 대화법에 관해서 배운 적이 있다.

어깨 너머로 배웠지만, 어느 날 유용하게 다가왔다. 나의 깊은 마음들을 정리하고 담백하고 담담하게 고백한 적이 있다. 가족들은 아주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감정을 빼고 말을 했더니, 그제야 깊은 마음의 귀를 열어주었다.

사회에서는 격식을 갖추고, 예의에 맞게 표현하려고 하지만, 가장 친하고 편한 사이에는 거리조절에 개의치 않고 생략해서 말하게 된다. 가족 간의 외로움은 감정이 앞선다는 데 있을 것이다.

‘Good Listener(굿 리스너, 잘 들어주는 사람)’가 부재인 세상이기도 하지만, ‘Good Speaker(굿 스피커, 잘 말해주는 사람)’도 필요한 세상이다. 잘 들어주는 것만큼이나, 내 마음속 생각을 조근조근 잘 표현하는 것이 좋은 소통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것도, 듣고 싶은 단어만 듣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듣고 잘 말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아직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보태지 않고,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해야 한다. 더없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아끼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 표현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