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10. 내 마음의 ‘쌩얼’

김다혜 로사(방송인)
김다혜 로사(방송인)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자고 나면 매일 매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살면서 작고 큰 변화를 겪지만 그런 일상적 변화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이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모습에 괴로워하지만, 이내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모든 것이 변하는 그에게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생긴다. 바로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난 것이다. 모든 것을, 그리고 남은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여자가 생기면서 영화는 극적인 재미를 더해간다. 고민 끝에 그녀에게 고백한다.

매일 극적인 외적 변화는 그에게 많은 어려움과 사건을 주지만, 그의 변화조차도 사랑으로 이해하는 그녀와 함께한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의 겉모습은 변했지만, 처음이자 끝까지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 바로 그녀에 대한 마음과 사랑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았다. 변화 앞에서 과연 나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그 주인공과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이며 살아 온 건 아닐까 하는 짧은 반성이 들었다.

어쩌면 현실은 영화와 반대일 것이다.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꾸면서 살아간다. 저마다의 사회적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수천 가지의 마음들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변화시켜 가면서 살아간다.

살다 보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도 변하고, 변해선 안되는 마음도 끝내 변하기도 한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마음의 변덕은 쉴 날이 없다. 지나간 변심 앞에서 사람들은 “그때는 진심이었다”는 말로 면죄부를 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비단, 사랑하는 사이의 경우가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가정에서도 흔히 말다툼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변하지 않으면 좋을 어떤 가치들에 대한 변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겉모습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요즘, 마음을 가꾸기란 쉽지 않다. 외모야 가꾸면 금세 티라도 나지만 마음은 치장한다고 해서 금방 표가 나지도 않는다. 또한 먼저 상대방에게 다가가기도 어렵다. 진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필요에 따라 등을 돌리고 적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또 앙숙 같은 관계였지만, 목적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한다.

나는 모든 일의 우선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의 목적도 무언가를 도모하는 공통의 마음에서, 관계의 목적도 서로가 행복해지자는 마음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수많은 가면으로 위장하며 하루에도 열두 번씩 중국의 변검을 연상케 하는 ‘변심’을 하면서 살아갈지언정, 그래도 ‘선한 마음’이 늘 이기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자신을 위로하며 ‘이 정도면 아직 괜찮아’라며 합리화하기엔 우린 아직 양심이 있고, 신자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다.

물론 긍정적 변심, 밝은 변심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어둡고 비겁한 변심은 지켜보는 일조차 힘들다. 내 마음은 초심에서 얼마나 흘러왔나, 나는 행여 변심하지 않았나, 나도 마음을 점검해 볼 때인 것 같다.

마음을 들키는 일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의 ‘쌩얼’로 바람을 마주하고 사람들을 마주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하나의 가면을 내려놓아 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금도 처음의 순수와 열정과 응원과 신뢰가 그대로일까? 나는 과연 그 마음을 지키고 있을까?’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