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어느 날 반가운 전화가 왔다. 위드-유 대표였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약속을 잡았다. ‘위드-유’(With-Unification)는 탈북 청년 모임으로 2년 전 독도 원정대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위드-유를 소개할 땐 가수 이승철씨와 함께 독도에서 노래한 탈북 청년들이라 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한다.
당시 나는 합창 편곡과 지도를 맡아 몇 달간 즐겁게 가르친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성모 승천 대축일 등 명동대성당 행사와 상황들 때문에 독도 원정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때 위드-유 임원들이 “다시 함께 통일을 노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나도 꼭 그러고 싶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만난 위드-유 대표는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에 가려 한다. 독일 통일의 상징적 장소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과 베를린 장벽에서 남북 통일을 노래로 전하고 싶다. 우리의 통일 의지를 전 세계 사람에게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고, 한팀이 돼 독일 원정을 준비했다.
첫 연습 날. 독도 원정 때 함께했던 친구들도 있었고 새로운 얼굴들도 있었다. 모두 반갑게 맞아 줬다. 곧 파트를 정하고 합창 연습을 시작했다. 악보를 처음 보는 친구부터 북한 예술대학에서 아코디언, 기타를 전공한 청년들도 있었다. 독일 원정대는 탈북 청년 23명과 주 후원사인 KEB 하나은행 직원 8명(탈북 청년 출신 직원 2명 포함), 전문 음악가인 카펠라 무지카 서울 6명이 함께 했다.
독도 원정 때는 이승철씨를 제외하고 모두 탈북 청년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남북 청년이 함께해 ‘하나통일 원정대’라 이름 지었다. 남북 출신이 함께 통일을 노래하는 것은 독도 원정 때와는 다른 점이었다. 유명 스타에 관심이 집중됐던 독도 행사와는 달리, 탈북 청년들이 모든 행사의 주인공으로서 그들이 전하려는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온전히 전하도록 노력했다.
합창은 화합과 조화의 예술이다. 그래서 유대감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남북 청년들이 하나 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합창은 노래 실력이 뛰어나 자신의 음성을 마음껏 드러내도 안 되고, 실력이 모자라 조화를 깨도 안 된다. 서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희생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나는 ‘10 to 10 연습’(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과 음원 제작을 위한 밤샘 녹음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하나통일 원정대원들은 금세 친해졌다. 친밀감을 통해 서로 힘을 합하니까 실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좋은 녹음 결과물을 얻어 성취감까지 느꼈다. 무엇보다 가장 기쁘고 보람된 것은 우리 안에서 ‘작은 통일’을 이룬 것이다. 출신 지역과 정치 성향, 종교, 경제력, 이념 등은 우리에게 문제 되지 않았다.
지휘자로 생활하면서 자주 하는 생각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교만한 연주자 조합보다는 실력은 조금 모자라지만 함께 힘을 모아 헌신하고 배려하며 서로 사랑하는 모습으로 성실히 연습하는 단체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연주자들의 정서가 음악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지휘자가 이끄는 단체는 음악에 경직이 느껴지고, 실력은 뛰어나지만 서로 사랑하지 않는 단체의 연주엔 따뜻함이 없다. 하나통일 원정대 합창단은 단원 간 통일을 이뤘고, 서로 사랑했으며, 독일 베를린에서 통일을 노래할 만반의 준비를 즐겁게 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