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57. 생활성가와 전통 성가

이강민(노트케르 발불로,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음악 칼럼니스트)
이강민(노트케르 발불로,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음악 칼럼니스트)

찬송가만 부르던 한국 개신교회에 복음성가가 등장한 건 1980년대다. 행진곡풍의 군가와 교가 같았던 기존 찬송가보다 선율이 쉽고 단순하며 친근해 젊은 세대가 무척 좋아했다.

복음성가는 복음 메시지를 편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곡된, 대중적 성격을 강하게 띤 찬양곡을 의미한다. 성경 내용을 담은 가사도 있지만 주로 개인의 주관적 신앙고백이나 체험을 노래하는 것이 많다. 주일 예배를 제외한 크고 작은 예배나 기도 모임에서 복음성가가 찬송가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복음성가는 미국 몇 교회의 영향으로 신학적 검증 없이 신형 교회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복음성가를 주로 부르며 예배하는 교회는 ‘초대형 교회’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복음성가(Gospel Song)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으로 이름을 바꾸고 찬양예배 혹은 열린 예배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식 속에서 더욱 성장했다.

열린 예배를 하는 교회가 부흥하자 성장을 꾀하는 교회에선 전통 예배에서 벗어나 열린 예배를 수용했고, 오르간이나 피아노 구매보다 유능한 찬양 인도자와 연주팀을 초빙하고 좋은 악기와 음향 장비 마련에 힘을 쏟았다. 이젠 열린 예배를 위한 성직자도 양성되고 있고, 주일 예배도 열린 예배와 비슷한 형식으로 하는 교회가 전통 예배를 하는 교회보다 훨씬 많다.

강대상(가톨릭의 제대에 해당) 중앙에선 인도자가 노래하고 밴드(주로 전자ㆍ어쿠스틱 기타, 신시사이저, 베이스 기타, 세트 드럼으로 구성된다)가 뒤쪽에서 반주하며 코러스 역할을 하는 보조 인도자들은 양옆에 서서, 손들기와 춤추기, 박수 유도, 뛰며 환호하기 같은 여러 동작으로 회중을 이끌며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에 현란한 조명까지 더해지면 대중가수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요즘 개신교회에서는 CCM과 열린 예배에 대해 부정적인 문제 제기가 빈번하다. 사도 전승에 의한 전통 예배로 돌아가려는 노력도 시작되고 있다. 이성적이고 정적인 개신교회 전통 예배와 성가를 그리워하는 신자 일부는 가톨릭 교회의 거룩하고 고요한 모습에 매료돼 신앙의 터전을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CCM을 가톨릭 교회에선 생활성가라 부른다. 생활성가란 말 그대로 신자들이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느끼고 생각하는 노래다. 다른 의미로는 미사를 위한 전례 음악이 아니라는 뜻도 담겨있다.

생활성가는 개신교회의 CCM을 가사만 가톨릭 교회에 맞게 바꿔 부르는 것이 많고, 새로 작곡된 것이라도 성경 내용 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가사가 많다. 전통 라틴 성가나 전례 음악에 비해 쉽고 친근해 청년과 주일학교를 중심으로 혹은 피정이나 성서 모임에서도 많이 불리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돼 이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니 마치 30년 전 개신교회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가톨릭 교회의 품위 있고 거룩한 전례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바로 전통 성가다.

1500년 이상 가톨릭 교회에서 이어온 전통 성가는 생활성가처럼 편하게 듣거나 부를 수가 없고 사용하는 악기도 한정적이다. 그 때문에 어울리는 노래 방법을 배워 연습해야 하고, 훌륭한 교회음악 연주를 많이 듣고 공부할 때 비로소 전통 성가에 대한 소양이 조금씩 생긴다.

이렇게 어렵게 음악적 소양을 쌓으면, 전통 성가의 거룩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다. 음악가들 사이에 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들리고 느끼고 부르고 감동할 수 있다.” “노력(연습)은 대가를 만든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