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누구나 죽기에 여한이 없는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를 바랍니다. 미리 죽음의 과정을 잘 이해하고 준비하여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위령 성월엔 이러한 소망의 기도를 하게 됩니다.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총결산이며, 삶의 열매를 완성하는 과정이며, 천상에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 조건이 무너지는 총체적인 고통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인간은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박탈당한 벌거숭이가 되어, 언제까지 이러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하며 울부짖게 됩니다. 얼마나 힘들면 많은 말기 환우들이 자살의 유혹을 말하곤 하겠습니까.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하고 부르짖는 순간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죽음의 고통 속에서 놀라운 진리를 깨닫게 됐습니다. 즉 죽음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바로 죽음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 내 것이라고 생각하던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박살 냄으로써 우리 마음을 한순간에 ‘무(無)의 순간(빈 마음)’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즉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空手來空手去)’는 삶의 진리를 실감하고 직면하게 합니다. 이 순간, 무 (無, 없음)가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삶의 모든 것이 ‘선물’로 주어졌다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깨달음인가!
그때부터 우리는 삶의 모든 것을 선물로 주신 창조주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때 우리가 지금까지 움켜쥐고 있던 욕심과 자만심이 빠지면서 죽음의 고통을 예수님께 봉헌하며 그분의 십자가 상처 속에 들어가 하나가 될 때, 은혜롭게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진리를 체험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예수님’께서 우리와 하나가 되시어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으로 건너가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위해 인간이 되시어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성령님으로 오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호스피스 환우는 삶의 모든 것을 ‘사랑의 선물’로 주신 창조주께 끊임없는 ‘감사’를 드리며 찬미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깨끗해진 그들의 양심이 지금까지의 삶을 뒤돌아보며 사랑의 삶을 살아왔는지 스스로 물어보면서 이 세상이 사랑으로 창조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옆에서 돌보는 가족과 우리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며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은혜인가! 바로 예수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은혜인 것입니다!
저는 삶과 죽음의 선배이며 스승인 호스피스 환우들에게서 배운 체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 프로그램’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습니다.
① ‘호스피스 체험’ 즉 호스피스 환우에게 죽음 배우기 ② ‘빈 마음’ 체험하기 ③ 삶의 모든 것이 ‘사랑의 선물’임을 체험하기 ④ 모든 것에 ‘감사’하기 ⑤ 나의 삶을 선물로 주기, 즉 ‘사랑의 실천’을 시작하기.
우리는 지금 호스피스의 죽음이나 빈 마음 체험이 없다 할지라도 이 순간부터 삶의 모든 것, 즉 기쁨, 고통, 죽음까지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면서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때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