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칼럼) 자비를 베푸소서 – 유경종 마티아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변고가 있을 때 큰 바위 밑이나 고목나무 밑에 가서 냉수 떠 놓고 빌었읍니다. “우리 아들은 나무하러 갔다가 뱀에 물렸고, 며느리는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어요” 등등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며 빌었읍니다.

반면에 성경에 나오는 한 장님은 예수 일행이 지나가는 길에 서서 큰소리로 “다윗의 자손,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소리 질렀읍니다. 그는 왜 “제 눈을 뜨게 해 주세요” 라고 구체적으로 말 하지 않았을까요?

유대인들은 하느님께서 무엇이든지 다 알고 계시고 (전지), 무엇이든지 다 하실 수 있다고 (전능) 믿었기 때문에 자기들의 소원을 일일이 말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라고 청원 했읍니다. 그래서 그 장님도 그렇게 말을 한 것입니다.

우리도 전지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고 있으니까 우리 조상 들처럼 구구절절이 청원 하지 말고 그 장님처럼 청원하도록 합시다.

1700 년 전에 교회 지도자들이 라틴 미사를 정할 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는 기도를 미사에 15번이나 넣었습니다. 신부님 혼자 하시는 기도 2번 외에 신자들 모두가 함께 하는 성가에 13번을 넣었어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에서 9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현재는 6번), ‘대영광송’ 에서 2번,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 에서 2번 등 모두 13번 (지금은 10번) 입니다.
1시간 남짓한 미사 중에 10 번이나 이 기도를 하게 한 것을 보면 교회 지도자들이 이 기도를 무척 중요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짧은 기도를 성가로 반복시켜서 모두들 쉽게 기억 하도록 했습니다. 아마도 이 기도를 기억하여 생활 속에서 자주 바치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우리도 모두 이 기도를 생활 속에서 자주 하도록 합시다.
모두가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님 (xxx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는 짧은 화살 기도를 바칠 시간 여유는 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주 이 기도를 바치도록 하십시다.

감사합니다

유 경종 마티아
September 2026

P. S. 만약에 시간이 조금 더 있으시면 자비를 청원 하는 기도에 짧은 찬미경과 짧은 감사송을 겻들으시면 어떨까요?

 

(편집자 주) 이 교우님께서는 본당 초기시대에 같이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지금은 시애틀 한인성당에 다니시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