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00. 편견 없이 친구 대하기

이문재 요셉(개그맨)
이문재 요셉(개그맨)

학창시절 우리 반에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보통 싸움을 잘 못했다. 그냥 조용히 앉아서 공부만 했다. 그리고 흔히 공부 못하고 같은 동급생들을 잘 괴롭히던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괴롭혔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이 흘러 20대 중반이 됐다. 코미디를 시작하면서 서울 혜화동 대학로 개그극단에서 개그맨 지망생으로 지내던 시절, 길거리에서 공부만 열심히 했던 학창시절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나도 모르게 전에 괴롭힘당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야, 오랜만이다. 요즘 뭐하고 사냐?” “나? 올해 대학 들어갔어.” “우리 벌써 20대 중반이야. 지금 입학해서 졸업하면 서른인데, 언제 돈 벌려고 그래?”

친구는 웃기만 하더니 나에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대학로에서 개그맨 지망생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공연 보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마치 더 성공한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친구는 웃으며 꼭 공연 보러 온다고 했다. 헤어지기 전, 친구에게 물었다.

“너 어느 학교 다녀?” “어, 여기 의대.”

잠깐 멍하니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았다. 의대…. 의사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야 의대 다녀? 공부 열심히 했구나.” “아픈 곳이 생기면 와. 언제든 치료해줄게.”

멋있었다. 친구 녀석이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그리고 엄청나게 후회했다. 왜 저 친구를 무시했을까. 많은 시간이 지나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를 친구를 아직도 싸움도 못 하고 공부만 하던 학창시절 모습으로만 기억하고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누구나 하는 말이 있다.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맞다. 내가 개그맨이 된 것도, 그렇게 바보 같던 친구가 의사가 된 것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일이 있었던 후부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기 시작했다. 선입견이라기보다 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를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예전의 모습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편견 없이 친구를 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친구들도 지금의 나를 예전의 이문재로 대하지 않는다. 지금은 개그맨 이문재이고, 어느새 친구들의 자랑이 됐다. 친구들은 술자리에 있거나,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하다가도 음성이나 영상 통화로 한 번만 인사해 달라며 부탁한다. 이런 일들이 참 신기하고 뿌듯하다.

그리고 가끔 학창시절 친구들과 만나 그 의사 친구와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우리도 의사 친구가 있다. 친하게 지내자. 아픈 데가 없어도 찾아가서 얼굴 보고 술 한잔 하자”며 자리에도 없는 친구 이야기를 술안주 삼아 자리를 이어간다.

누군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지금 옆에 있는 지인이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인연이 될지 모른다고. 또 그 사람이 얼마나 큰 사람이 될지, 작은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인연이 생긴다면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잘 이어나가야 한다. 내 친구는 의사였지만 당신의 새로운 인연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