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부터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이다. 하지만 어려서는 땀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 그 의미를 알기 시작한 것은 운동을 시작한 무렵이었다.
어릴 적엔 정말 순수하고 단순하게 땀 흘리고 샤워한 후의 그 기분이 좋아서 운동했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것이 늘 그렇듯 승패가 갈리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기 마련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운동을 하면서 목표를 정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 가는 시간 외에는 모든 시간을 체육관에서 먹고 살다시피 하며 운동만 했다. 그리고 결국 전국 합기도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모든 일을 할 때 조금씩 목표를 세우는 버릇을 들였다. 또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야 한다는 나만의 철칙을 세웠다.
이후 대학생 시절, 컴퓨터학과생으로서 누구보다 컴퓨터를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컴퓨터 자체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가만히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려선 절대로 땀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집중해 공부도 하고 땀 흘리도록 키보드를 두들겨보기로 했다.
공부할 내용에 집중하자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얼굴에 죽죽 흐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가 여름이긴 했지만, 땀이 날 정도로 집중해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운동할 때 흘리는 땀,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나오는 땀 그리고 화장실이 급한데 화장실이 없을 때와 같은 난처한 순간에 콧등에 맺히는 땀 등이다.
군 전역 후 개그맨 지망생 생활을 하던 때는 어색한 땀을 가장 많이 흘린 시기였다. 바로 식은땀이었다. 코미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무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떨렸고 두려웠다. 선배들이 갑자기 불러 많은 대사를 외우라고 한 후 무대에 나가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했다.
그렇게 관객 앞에서 떨면서 흘린 식은땀은 결국 경험이라는 특별한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무대 위에서 흘린 땀과 경험은 조금씩 쌓였고, 어느덧 무대를 편하고 익숙하게 느낄 만큼 성장했다. 이제는 식은땀 대신 무대에서 직접 구성한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또 관객과 소통하면서 땀을 흘린다. 모두가 그렇듯 자신이 한 일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면 큰 성취감을 느낀다.
개그맨들에게 공개 무대는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공개 무대는 코미디 연기에 대한 관객의 평가를 그 자리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눈앞에 있는 관객에게 준비한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빠져들어 연기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무대 위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함께한 동료들과 어깨를 토닥이다 보면 각자의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바로 ‘우리가 최선을 다했구나!’ 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주변 지인이나 친한 동생들에게 평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일을 하면서 얼마나 땀을 흘립니까. 혹 학연이나 가족 등의 도움으로 당신 인생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지는 마세요. 땀을 흘리세요. 남을 통해 인정받지 말고 스스로 만들고 키워 인정받는 그런 사람이 되세요.”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