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05. 오축복과 사랑에 빠지다

김다혜 로사(방송인)
김다혜 로사(방송인)

명동을 지날 때마다 꿈을 그렸다. 평화방송 로고가 새겨진 건물을 보면서 ‘언젠가 저기서 라디오 진행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 어느 날, 그 꿈이 현실이 됐다. 평화방송 라디오 제작진과 회의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오늘이 축복입니다’(오축복) 첫 회의였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마음 열어 맞아 주었던 자리에서 특별한 질문을 받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방송 회의를 했지만 처음 들은 신선하고 행복한 질문들이었다.

“성당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요?”

“전례부와 제대 꽃꽂이 했습니다.”

“몇 년이나 했어요?”

“6년에서 7년 정도 한 것 같아요. 나름 이태원본당 청년회장 출신입니다. 하하!”

그리고 이어지는 하느님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들. 여러 방송국 피디들과 많은 회의를 해봤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 행복했다. 그리고 방송 진행을 맡았다. 벌써 5년이 다 돼간다.

첫 방송을 하던 날, 초면의 이동우씨는 생각보다 큰 키와 체격, 그리고 미남이었다. “라디오는 처음이에요, 잘 부탁해요”라는 떨리는 나의 인사에 “일주일 동안 지켜만 볼게요. 편하게 하세요”라고 답해 줬다.

평소에 땀을 잘 안 흘렸지만, 그 일주일 동안은 손에서 폭포 같은 땀을 흘렸다.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서야 겨우 방송을 마쳤다. 이동우씨가 “정말 잘했어요, 지금처럼 하면 됩니다”라며 응원해 주었다.

특급 칭찬과 격려에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그렇게 소중한 날들이 쌓여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오축복팀은 큰 상을 여러 번 받았다. 다른 방송들도 받기 힘든 권위 있는 상이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두 번째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처음에 기도하며 마음 모았던 착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잘 지켜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나에게 라디오는 사랑 그 자체다. 마음 아파 허덕이고 있을 때 라디오 진행을 시작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고,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법도 알게 됐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이야기도 털어놓았고, 모두 제 삶의 자리에서 얼마나 성실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지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라디오를 통해 치유 받은 법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사람들은 “매일 라디오에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 그렇게 할 말이 생겨?”라며 궁금해한다. 진정한 사랑에는 이유도, 방법도, 한계도 없다. 내게 라디오가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지기 싫고 매일 그립고, 함께 있어도 보고 싶고, 밤새 통화해도 식지 않는 마음이랄까? 그렇게 오축복과 단단히 사랑에 빠졌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것처럼 돌아가 주진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 마음도 내 마음 같진 않다.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좌절했을 때 하느님을 원망할까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어 ‘그래 그럴 수도 있구나, 무슨 뜻이 있을 거야’라며 버티기 시작했다. 그냥 버티기만 하면 울적하고 더 힘들어지니까 스스로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늘 감사한 선물을 받았다. 지금도 그분의 사랑을 늘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려 오늘도 노력 중이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