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평생 가고 싶어도 하느님의 초청과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했습니다. 첫 순례지는 아인 카렘이었습니다. 아인 카렘은 ‘포도밭의 샘’이라는 뜻이라고 안내하시는 분이 일러주었습니다. 그곳은 성모 마리아께서 태중의 아들 예수님을 품으시고 엘리사벳을 찾아간 곳입니다. 저희는 ‘마리아 엘리사벳 방문 기념 성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길옆에 ‘마리아의 샘’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성당은 아인 카렘의 제일 높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성당 정면에는 성모 마리아께서 나귀를 타고 나자렛에서부터 먼 길을 오시는 모습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당 가운데에는 하늘의 성인 성녀들과 이 땅의 충실한 믿음을 가진 형제자매들에게 둘러싸인 성모님의 초상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맑고 아늑하고 고요하신 평화로운 성모님의 향기가 저희 몸에 닿았습니다.
성령으로 아기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루카 1,39-40) 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를 본 순간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이라며 성모님을 반겨 맞아주었습니다.
성모님을 찬미하려 하니 마음의 둑이 먼저 무너져 눈물부터 났습니다. 저희는 삼종기도를 바쳤습니다. 성당 안은 잠시 침묵으로 흘렀습니다.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해 잠시 묵상했습니다. 저희는 성모님과 함께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하리라 빌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다짐이 지금도 저희의 일상의 삶 속에서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성모님 방문 성당 앞뜰 벽에는 성모님의 노래 ‘마니피캇’이 여러 민족의 언어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7-49).
어쩌면 성모님께서도 잉태한 몸으로 순례의 여정을 몸소 겪으시려고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셨을 것입니다. ‘인간은 신에 합당하지 않지만 신에 합당해질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파스칼은 말했습니다.
지금은 깨어 있을 시간입니다. 마음에 들어앉은 굳은 바위들을 다 들어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 다시 오시는 그분을 모시는 것입니다. 지금은 고요히 들을 시간입니다. 귀 안에 가득한 세상 소리들을 다 쏟아버리고 내 안의 심연에서 들리는 세밀한 그분의 음성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찬란한 아침처럼 그분을 맞아야 할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님, 당신의 고요와 평화를 주시어 세상의 번민을 끊어지게 하소서. 당신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기울게 하십니다.
성모 마리아님, 새해, 죄짓지 않기로 굳게 다짐하오니 주님께 아뢰어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의 촛불을 밝혀주소서!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