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총의 해 1654년 11월 23일 월요일 밤 열 시 반경부터 열두 시 반경에 이르기까지 불, 철학자와 학자들의 신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기쁨, 기쁨, 기쁨, 기쁨의 눈물.”
파스칼의 「팡세」 ‘개인적인 수기’에 나오는 신앙 체험의 일부입니다. 파스칼은 신비한 이 체험을 잊지 않으려고 양피지에 바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입던 옷 안쪽 심장이 맞닿는 곳에 바늘로 꿰매 깊이 간직하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그가 죽은 후에 발견되어 주위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이 ‘메모리알’은 그가 두 번째 회심하고 받은 신의 은총입니다. 이후 수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팡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파스칼은 십 년을 집필 계획으로 삼고 작업을 했는데 집필한 지 두 해가 지날 무렵 중병에 걸리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집필 계획을 접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와 헌신으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마감합니다.
그가 처음으로 신앙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의 뜻밖에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빙판에 넘어져 발을 다쳤을 때 치료를 맡은 두 젊은 의사의 희생적인 신앙심이 파스칼의 영혼을 흔들었습니다. 아마도 파스칼은 두 의사의 모습에서 죽음보다 강한 하느님의 신성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스칼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일시적 쾌락의 감각적인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태도를 바꿔 신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은총을 받게 됩니다.
파스칼은 잠시 건강이 회복되어 그의 연구와 학문도 절정에 닿았습니다. 파스칼은 이즈음 삶에 대한 깊은 고뇌를 안고 명상과 기도를 쉼없이 했습니다. 마침내 1654년 11월 23일 밤, 신으로부터 두 번째 은총을 받은 것입니다.
이런 은총은 그에게 회심을 다짐하게 해 새로운 영적인 세계로 학문에 대한 심오한 연구는 물론 그의 지성을 더 고귀하게 했습니다. 신앙의 신비를 겪은 파스칼은 신에게 순종하며 신의 의지에 복종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인간을 통째로 감동시키는 신의 사랑을 좇아 겸허한 마음으로 신 앞에 스스로를 낮추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믿는 종교가 인간성을 가장 합리적으로 이해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인간이 희구하는 최고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을 사랑할만하다고 했습니다. 「팡세」는 미완성으로 끝났으나 그는 신에게 그것을 끝내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한 세기 최고 지성의 눈물은 어떤 색깔이었을까. “의로우신 아버지여, 세상이 당신을 알지 못하였어도 나는 당신을 알았습니다”라고 고백한 파스칼의 눈물은 백색의 눈물, 지순한 흰빛 양털 같은 색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눈물은 자신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잃어버린 양심의 은화를 다시 찾아 기쁨을 불러일으킨 하느님의 은총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돌아온 탕자와 같이 자신의 내면에서 잃어버린 하느님의 유전자를 되찾은 기쁨,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