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34. 캄보디아에서 만난 ‘기적의 성모님’

이백만 요셉(캄보디아 하비에르학교 홍보대사)
이백만 요셉(캄보디아 하비에르학교 홍보대사)

불교의 나라, 캄보디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성모님이 독실한 불교 신자의 꿈에 나타나, ‘구원’을 요청하시다니! 그 요청을 들어준 어부의 아내가 ‘치유의 은사’를 받았다니!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아기 예수님을 보듬고 있는 성모님을 단체로 ‘순례’하고 있다니!

2014년 캄보디아 장애인기술교육학교(반티에이 쁘리업)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예수회 캄보디아 봉사단(JSC)의 신부님 한 분이 아레이 크샷(Arey Ksat) 성당에 모셔져 있는 성모님의 ‘수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직접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동쪽에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인 메콩 강이 흐르고 있다. 그 메콩 강에서 벌어진 일이다. 프놈펜에서 페리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너면, 아레이 크샷이라는 베트남 난민촌이 있다. 주민 대부분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무척 가난한 마을이다.

성당에 도착해 보니, 들었던 대로 앞마당에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이 모셔져 있었다. 그날따라 운이 좋았다. 같이 갔던 일행과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고 났더니, 가톨릭 신자인 동네 주민 몇 명이 와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들에게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한 어부가 메콩 강에 그물을 던졌다. ‘큰 물체’가 걸려들었다. 커다란 ‘쇳덩어리’였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어부는 그 쇳덩어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부는 고물상에 고철로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름다운 모습의 여인이 어부 주위를 빙빙 돌면서 시위를 하듯 춤을 추는 게 아닌가. 그 여인이 성모님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어부는 쇳덩어리가 성모상임을 알았고, 그것을 성당에 기증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지역 주민들과 베트남 사람들이 성모님께 소원을 빌기 위해 성당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이 불교 신자였다.

그 뒤 기적 같은 일이 또 한 번 일어났다. 성모님께 매일 기도를 드리던 사람들 가운데 몸이 심하게 아픈 여인이 있었다. ‘팡 반 후’라는 베트남 난민 출신 어부의 아내였다. 이 부부 또한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어느 날 저녁, 팡이 이상한 꿈을 꾸었다. 성모님이 나타나 ‘너무 춥습니다. 물에서 꺼내주세요!’라고 호소하면서 물속의 위치를 알려주는 게 아닌가. 깊은 강바닥 모래 속, 얼마나 춥고 답답했을까. 동네 가톨릭 신자들이 팡과 함께 성모님을 인양했다. 물속에서 꺼내놓고 보니 예쁜 아기 예수님을 보듬고 있는 성모님이었다. 2012년 11월에 있었던 ‘기적’ 같은 일이다. 팡의 부인은 그 후 씻은 듯이 나았다.”

얼마나 많은 순례자가 만지고 갔는지, 아기 예수님의 손등에서 환한 빛이 반들반들 쏟아졌다. 나도 아기 예수님 손등을 만져봤다. 뭔지 모를 따뜻한 기류가 내 몸에 흘러들었다. 나는 그 후 틈나는 대로 아레이 크샷을 찾았다.

아기 예수님을 보듬고 있는 성모님은 왜 깊은 강물 속에 버려져 있었을까. 40여 년 전 킬링필드로 악명을 떨친 폴포트 정권의 만행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가톨릭 신부들과 수녀들은 박해를 당하고 추방되었다.

성당과 수도원은 부서지고 훼손되었다. 성모상도 깨졌다. 쇠로 된 성모상은 대부분 고물상으로 넘어갔다. 그때 누군가가 이 성모상을 강물 속에 ‘숨겨두었던’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적을 기대하면서!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