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44. 누구를 위하여 기도하는가

채규태 알비노(가톨릭대 의대 교수, 한센병연구소장)
채규태 알비노(가톨릭대 의대 교수, 한센병연구소장)

가톨릭 신자로서 가보고 싶은 성지를 꼽으라면 로마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 12억 7200만 명의 신자와 41만 6000여 명의 사제가 우러러보는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님이 계시는 곳이다. 가톨릭 교회 신앙과 전통의 모든 것이 집성되어 있는 바티칸을 방문하는 기회를 올해 2월과 6월 두 번이나 갖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다.

한센병 환자들의 전인적 치료와 그들의 존엄을 지켜 주기 위해 일본재단,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선한 사마리아인 재단이 공동으로 6월 초에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교황청 박물관은 위대한 조각과 벽화가 많다. 특히 시스티나 성당의 ‘아담의 창조’와 ‘최후의 심판’은 최고의 걸작으로, 보는 이마다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실감하는 작품이다.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의 코에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는 말씀을 재해석한 아담의 창조는 하느님이 손가락을 펴시어 아담의 손가락을 연결하여 성령을 불어넣으시는 모습으로,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이 번득이는 벽화다.

자비의 희년을 맞아 환자와 장애인 특히 한센병 환자들의 전인적 치료를 위한 미사가 6월 12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됐다. 환자와 장애인을 위한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고자 아침 일찍부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환자들과 세계 각국의 순례객들, 장애아들과 그 부모들, 추기경님과 주교님과 신부님들이 광장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많은 신자들이 열렬히 원하는 바람이 하늘에 전달되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다. 교황님은 완벽한 외모를 추구하는 강박 현상과 이를 유지하는 것이 돈벌이가 되는 세상에 대항할 것을 권고하는 강론을 하셨다.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이 많은 군중은 각자 누구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는가. 병자의 고통에서, 장애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를 통하여 주님은 우리가 이들의 아픔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계신다. 각자 견딜 수 있는 시련을 통하여 주님과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먼저 교황님과 우리를 이끄시는 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환자와 장애인이 고통 중에서도 주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마음의 여유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여든 신자들 모두에게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은총을 내려 달라고 기도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 속에서 흥분하기보다는 절제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미사가 끝나고 주위의 아픈 사람, 장애인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입을 맞추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머나먼 나라에서 이 미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모여든 신자들에게 마음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빌었다. 교황님의 강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해 그분과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가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3-4 참조)…. 새로운 삶은 병자와 장애인들에게 봉헌된 자비의 날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연약해지고 병에 걸리게 됩니다.… 하느님은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자를 선택하셨습니다. 있는 자를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비천하고 천대받는 자, 곧 없는 자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어떤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1코린 1,27-30 참조).”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