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55.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이강민 (노트케르 발불로,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음악 칼럼니스트)
이강민 (노트케르 발불로,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음악 칼럼니스트)

나는 합창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함께 전공한 전문 지휘자다. 한국에서 1개, 네덜란드에서 지휘 전공으로 받은 학위가 3개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받은 합창 지휘 최종 학위는 개교 이래 최초로 취득한 것이다.

네덜란드ㆍ벨기에ㆍ독일ㆍ불가리아 등 유럽 현지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지휘하며 경력을 쌓았고,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내로라하는 연주 홀에서도 지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빈이 되는 삼일절 기념식과 광복절 경축식, 현충일 추념식, 남북정상회담 환영식 같은 국가 기념행사를 수십 차례 지휘했다.

정부 주관 국가 기념식은 시청률이 높진 않지만, 생방송으로 공중파 3사에서 동시 중계한다. 평소에 연주하는 클래식 가곡과 비교하면 매우 쉬운 곡이어서 부담감도 크지 않다. 다만 식순에 맞춰 정확히 연주해야 하고,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현충일 추념식에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곡’을 연주하는데, 그때 조포(군대에서 장례식 때 조의를 표하는 뜻으로 쏘는 예포) 21발을 쏜다. 그런데 마지막 21번째 포 소리와 곡의 마지막 화음이 동시에 하나를 이루며 끝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것까지도 무난히 해내는 지휘자였다. 또 개신교회 지휘자로 수천 번의 예배를 수많은 신자 앞에서 22년간 지휘했다. ‘자기 자랑이 이렇게 지나치나?’ 하실 분들이 있으실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연주 경험을 가진 나는 지휘할 때 크게 긴장하거나 떨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떨게 하는 일이 생겼다. 2013년 명동대성당의 교중 미사를 담당하는 가톨릭 합창단 지휘자가 돼 대림 첫째 주일 미사부터 지휘해야 했다. 세례받고 매주 미사를 드리긴 했지만, 지휘를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안 했다. 교회 음악가로서 가톨릭 전례를 공부하고 연주 음악에 대한 지식이 있었을 뿐 지휘자로서 전례를 바라보거나 생각해 보진 않았다.

미사 때 지휘하러 처음 성가대석으로 올라갔을 때 심장이 요동쳤다. 평정심을 찾으려 했지만 쉽진 않았다. 내 실수 때문에 미사를 망칠까, 방해할까 걱정됐다.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제발 사고 치지 않고 무사히 미사가 끝나게 해주세요.’

명동대성당 교중 미사 때 가톨릭 합창단이 연주하는 곡들은 음악적으로 보면 어렵지 않다. 봉헌과 영성체 특송은 다소 수준이 있는 곡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휘하기 어려운 곡들은 아니다.

하지만 실수할까 봐 조심스럽게 전례 순서를 몇 번씩 확인하며 지휘했다. 떨림과 두려움 속에서 처음 교중 미사를 지휘하고 성가대석을 내려와서 한 생각은 ‘그동안 교만했구나’였다.

신성한 교회 음악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르쳤지만 실제로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교회 음악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미사 전례에 익숙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컸으나, 그동안 자만과 교만한 마음으로 교회음악을 하고 있었음을 반성했다.

또한, 귀를 만족하게 하는 노래가 아닌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감사하는 거룩한 노래인 성가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벌써 명동대성당 교중 미사를 봉헌한 지 3년이 가까워져 모든 게 익숙해졌지만, 첫 미사를 지휘하던 날을 매주 상기하며 성가대석에 올라간다. 겸손함을 잃지 않고 주님 마음에 드는 노래를 부르는 나와 가톨릭 합창단이 되고자 함께 노력하고 기도하고 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