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할 때 중요한 게 무엇일까? 어떤 이는 좋은 지휘봉과 보면대처럼 소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연미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멋있게 지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를 위한 호흡법’이다.
지휘를 위한 호흡법은 들숨ㆍ날숨ㆍ정지ㆍ숨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연주자 호흡법과 거의 같다. 좋은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편안하게 연주하도록 돕고 정성껏 준비한 음악을 잘 이끌어 표현한다. 음악이 엇갈리고 지저분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는 지휘자의 호흡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지휘자는 생각하는 음악 표현이 호흡과 일치하고, 하나 된 음악적 호흡을 온몸으로 표현해 지휘하며 연주자와 하나 되는 지휘자다. 이렇게 지휘자와 연주자가 하나 된 연주에 관객들은 감동하고 환호한다. 훌륭한 지휘능력을 갖췄더라도 지휘자의 수준에 맞는 연주자를 만나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지휘자의 실력이 연주자에 못 미치면 좋은 연주를 기대할 수 없다.
사제는 지휘자, 연주자는 신자 같다는 생각이 지휘할 때마다 든다. 사제는 신자들을 지휘하기 위해 신앙과 신학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좋은 지도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신자는 사제의 지휘를 따라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는 기도생활과 성실한 미사 참여, 성경 읽기, 깊이 있는 교리공부 같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제의 신앙, 문화 지식 수준이 신자보다 월등히 높은데 신자가 스스로 수준을 높이려 하지 않고 계속 자신 수준에 만족하며 머무를 때, 수준 높은 사제의 역량은 빛을 잃는다. 반대로 신자의 수준이 사제보다 높을 경우, 사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 의지하지 못하게 되고 신앙적으로 방황하는 일이 생긴다.
개신교회를 예로 들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 여러 교회에서 신자가 성직자의 수준을 추월하게 되자 성직자에게 수준 향상을 요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성직자들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높은 영성을 갖추려는 노력으로 성직자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반대 사례로는 수준 높은 성직자를 초빙했으나 신자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신자 스스로 교회 안에 예술문화학교, 신학 강좌, 인문학 강좌 개설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했다.
합창 합주를 할 때 연주자는 다른 이의 소리를 들으며 그에 어울리는 소리로 연주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자신의 소리가 튀거나 다른 이의 실력에 못 미치는 경우 조화로운 연주를 할 수 없다. 또 지휘자의 지휘를 잘 봐야 한다. 지휘와 관계없이 자신의 박자나 음악적 표현을 하면 지휘자와 다른 연주자는 조화롭지 못한 음악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게 되며, 듣기 불편한 연주가 돼 버린다.
지휘자는 모든 연주자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정확하고 안전하게 지휘해 조화로운 연주를 해야 한다. 또 모든 연주자의 실력이 점차 향상되도록 연주자 수준에 맞게 지도해야 한다. 연주자와 지휘자의 이러한 노력은 좋은 연주로 이어져 관객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실력 있는 연주단체로 성장할 것이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관계처럼 사제와 신자도 각자의 위치에서 온 정성을 쏟으며 살고, 주변 이웃과 특히 소외되고 고통받는 온 세상 사람들 소리에도 귀 기울여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을 하느님께서 보신다면 무척 감동적인 연주를 보고 환호하는 관객처럼 참 기뻐하실 것 같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