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식 바오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명예교수호스피스ㆍ완화의료는 의사에게는 인술, 또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간호사에게는 나이팅게일 정신이 무엇인지 알게 해줍니다. 더욱이 의사와 간호사가 사랑의 한 공동체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도와줍니다. 호스피스에서 한팀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돕고 부족한 점을 보충하면서 서로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우들은 신체, 정서, 가족과 사회, 영적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신체적으로 암 환우는 통증 등의 신체적 고통이 가장 심해 많은 환우가 ‘암 통증으로 고통받기보다는 빨리 죽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통증 이외에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여러 증상과 상처들로 고통을 받습니다.
저는 완화의학과 의사로 호스피스 환우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암성 통증과 여러 신체 증상 등을 조절해 줍니다. 통증 조절에는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이 필수적이며, 간혹 다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훈련된 호스피스 간호사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루 24시간 환우 옆에 머물며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 등을 관찰하면서 전인적 간호로 돌봐주는 간호사의 도움 없이는 통증 조절과 다른 신체 증상 조절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 삶에서 간호사를 제 의료 현장의 동반자로 존중하며 인격적으로 대하기 시작하는 데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간호사들은 대부분 저보다 어린 젊은 나이고, 그때까지의 관례에 따라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엄마처럼 환우들을 정성껏 사랑으로 돌본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간호사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동반자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선 23명의 환우를 돌보는데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즉 7명의 의사, 23명의 간호사, 간호조무사, 전속 사회사업가, 전담 직원, 2명의 성직자, 50명의 봉사자, 이외에도 영양사, 약사, 음악 치료사, 미술 치료사, 후원회원 등이 참여하고, 또 많은 부대시설, 즉 임종실, 목욕실, 상담실, 기도실, 가족실 등이 있습니다.
의사는 교수진 외에도 매달 1명의 인턴, 두 달마다 2명의 전공의가 파견되어 근무합니다. 놀라운 것은 처음엔 생소한 의학적 돌봄을 어려워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의사의 보람을 느끼고 인술이 무엇인지 체험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간호사들은 환우와 하나가 되어 생활하기에 환우 상태가 나빠지면 친가족처럼 어찌할 줄 몰라하며 힘들어하지만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깨끗한 인간애를 체험하기에 참다운 간호, 나이팅게일 정신이 무엇인지 체험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어떻게 이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으며 은혜로운 체험을 하는가? 저는 우리 모두가 온 힘으로 호스피스 환우와 가족의 삶과 죽음을 끝까지 돌보는 그 사랑이 우리의 심금을 감동을 주며 우리의 삶을 새롭게 창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은 바로 예수님께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에선 가정 호스피스가 활성화되어 환우가 가정에 있는 경우에는 가정을 방문해서 돌봐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객사를 터부시해 왔으며, 지금도 많은 환우가 자기가 살던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합니다.
가정은 사랑의 시작이고 마침이기에 나자렛 성가정을 닮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기에, 가정 호스피스가 병동 호스피스와 연결되어 원활히 이뤄질 때 올바른 호스피스 체계가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