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나를 따뜻하게 반겨준 호텔 개와 성모님께 봉헌된 작은 성당을 뒤로하고 호텔을 나선다. 이번 투어의 목적지인 아시성당으로 향한다. 일단 5㎞ 거리에 있는 기차역으로 돌아가 버스를 타야 했다. 마을도 구경할 겸 천천히 카메라를 둘러메고 걸어 내려간다. 아침 7시쯤인데도 9월 말이라 아직도 어스름한 아침 하늘….
이 작은 마을에서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이 분주하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에도 개, 고양이를 여러 마리 만난다. 모두 ‘이 시골 마을에 낯선 동양여자가 웬일일까?’ 하며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얘네들 모두 겁 없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사람에게 학대받은 트라우마가 없어 경계하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하다. 스쿨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따끈따끈 갓 구운 빵을 사러 빵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출근하러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즐겁게 내려와서일까. 많이 돌아내려 왔는데도 지루한 줄 모르겠다. 원래 시골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지만 프랑스는 정말 심하다.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니 8시인데 네 시간 후인 12시에야 버스가 있다니! 다행히 다가온 택시 여기사에게 “아시성당에 가려 합니다”라고 하자, “나는 지금 장을 보러 가야 하니 다른 데 전화해볼게요” 하며 친절하게 직접 전화를 해줬다.
이곳 사람들은 한 손님이라도 더 태우려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이 우선이다. 한국과 참 다른, 이들의 여유를 부러워하며 10분 기다리니, 약속한 택시가 도착했다. 나이 지긋한 기사님 택시에 올라타니 밝은 얼굴로, “조금 전에 전화한 이가 내 며느리요. 내 아들도 택시를 몰지요” 하는 것이다.
“정말 당신은 행복한 분이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당신 일이라니요. 자연의 너그러움을 닮아서인지 사람도 동물도 모두 사랑이 넘치네요” 하자, 흡족한 표정으로 자랑한다. “그렇습니다. 대도시인들은 절대 모르는 여유지요. 내 집 정원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개들과 함께 햇빛을 즐기는 것이 바로 행복이지요.”
할아버지 기사님이 내린 행복의 정의에 깊이 공감하며 한 10분간 산을 오르니 마침내 아시성당에 이르렀다. 사진으로 많이 봤지만 실제 앞에 서서 바라보니 규모는 상상했던 것보다 그리 크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1938년 착공돼 1950년에 축성된 아시성당의 공식 명칭은 아시의 노트르담드투트그라스(Assy, Notre Dame de Toute Grce) 성당으로 ‘모든 은혜의 성모성당’으로 번역할 수 있다.
참사회 데베미 신부님의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열정, 당대 프랑스 성미술 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한 쿠튜리에 신부님의 조언으로 탄생한 걸작이다. 20세기 현대 교회미술 건축을 논할 때 대표적으로 손꼽는 성당은 롱샹ㆍ아시ㆍ방스성당으로, 모두 프랑스에 있다.
그 중에도 아시성당은 물론 모리스 노바리나라는 건축가의 작품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성당 내부 장식에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아름답고 조화로운 결과물을 탄생시켜 널리 사랑받는다. 루오, 샤갈, 마티스, 레제, 브라크 등 빛나는 별 같은 대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이 성당이 왜 이리 친근하게 느껴질까? 주위의 푸른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자연 속에 순화된 모습이다. 그 친근함의 원인은 또 있었다. 우측으로 높이 서 있는 종탑과 성당의 삼각형꼴 지붕은 꼭 마구간 같이 생겼다.
하느님의 말씀을 멀리까지 울려 퍼지게 하도록 높이 서 있는 종탑. 그리고 그 옆에는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집. 가장 가난한 집 한 채가 서 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