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회사는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총 5명의 경력단절 여성이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한 계기는 회사를 창업한 후 서울 은평여성인력센터에서 3개월간 테스터 양성 교육을 진행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에 대한 열정과 절박함을 마주하면서 시작됐다. 이분들의 고민이 우리 주변의 고민이기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함과 동시에 육아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대 중ㆍ후반 71.8%에 달하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30~34세에는 58.4%로 급격하게 낮아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는 40대 초ㆍ중반에 사회에 복귀하려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마트 캐시어’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현실은 냉혹하다.
은평여성인력센터의 교육 수료생들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일반 IT 회사의 인사 담당자와 경영진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IT분야 경력이 있고 장기간의 전문 교육과 자격증이 있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것이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수십 번의 미팅과 제안 끝에 나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 외국 회사와 연결이 돼 경력단절 여성 2명을 테스트웍스의 직원으로 채용해 그 회사의 테스트 과제에 참여하게 했다. 수습기간 동안 단절된 경력으로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력단절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고 이를 극복했다.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모습에 고객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력단절 여성도 기회가 주어지면 청년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후 고객사가 경력단절 여성 테스터를 추가로 요청했다. 자폐성 장애인과 경력단절 여성과 함께 일하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면서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올해 초 회사 전체 회식 자리에서 경력단절 여성 직원이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제 삶을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아이들 육아와 남편 내조로 제 인생이 종속된 느낌이었거든요. 저도 제 일이 있고 독립적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떨리고 매일 새로운 삶을 사는 듯합니다.”
가톨릭교회는 노동의 존엄성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노동하는 인간」에서 ‘인간을 다른 피조물들과 구별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노동이다. … 노동은 인간과 인간성을 나타내는 특별한 표시이며,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 움직이는 개개의 인격체를 나타내는 표시이다.
그리고 이 표시는 인간의 내면적인 특성을 결정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본질 자체를 형성한다. … 노동을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유물론적이고 경제주의적 사상에 반대해야 하며 인간이 물질과 동등하게 취급되는 것, 그리고 하나의 도구로서 취급되며 자신이 하는 노동의 참된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경계해야 한다’(6~7항)고 말씀하신다.
경제적인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노동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직장을 다니면 흔히 받는 질문이 “연봉은 얼마야?”이고 연봉이 곧 인격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심지어 대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연봉 5000만 원”이라는 답변을 들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노동의 가치를 경제적인 능력의 척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동은 경제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영위하는 목적뿐만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통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우리 신앙인들은 일터에서 노동을 통해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자기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가슴 뛰는 순간으로 채워질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