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188. 우리는 모두 한몸입니다

윤석원 토마스 아퀴나스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 대표
윤석원 토마스 아퀴나스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 대표

 

올해 초 테스터 양성 교육을 이수한 자폐성 장애 청년 3명을 인턴사원으로 고용하였다. 직원들이 이들을 관리하고 동시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우리 회사에는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고객사의 업무 요청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장애인이 추가 고용되면서 장애 청년들을 전담하여 팀을 이끌어갈 관리자가 필요하게 됐다. 소프트웨어 테스팅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장애인들을 이해하며 팀을 이끌어갈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 회사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살펴보았지만 적합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경력단절 여성 테스터 양성 교육 프로그램 수료생들이 떠올랐다. 비록 결혼과 육아 때문에 오랜 시간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IT분야 경력과 200여 시간의 테스터 양성 교육을 통해 테스팅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기에 자격 요건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분들은 아이들을 키운 경험이 있기에 자폐성 장애인들을 따뜻한 모성애로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선 자폐성 장애인과 경력단절 여성이 함께 일하는 모델의 검증을 위해 경력단절 여성 한 명을 관리자로 고용해 두 달 정도 검증하는 기간을 갖기로 했다. 교육 수료생 중 가장 적합한 한 분을 관리자로 선발하여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가장 늦게 합류한 자폐성 장애 청년은 업무와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돌출 행동을 하는 등 회사 생활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아 보였다. 관리자도 오랜 시간의 경력단절과 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낯선 분위기로 처음부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관리자분이 지속해서 장애 청년을 보살피고 개인별 특성에 맞게 관리하고, 장애 청년도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장애인과 경력단절 여성으로 이뤄진 서비스 팀의 성과가 점점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기대하지 않은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팀이 비장애인으로 이루어진 팀보다 20~30% 이상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직하고 정확하게 일하는 자폐성 장애인의 특징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며 모성애를 보유한 경력단절 여성의 절묘한 결함이 환상의 팀워크를 이루면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달리 말하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을 장점으로 서로 채워주면서 최대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몸이 되었다”(1코린 12,13 참조)고 강조한다.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 사실 지체는 많지만 몸은 하나입니다.

눈이 손에게 ‘나는 네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고, 또 머리가 두 발에게 ‘나는 너희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습니다.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 하느님께서는 모자란 지체에 더 큰 영예를 주시는 방식으로 사람 몸을 짜 맞추셨습니다.”(1코린 12,14-24 참조)

현재 우리 회사의 장애인 팀은 청각 장애인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해 자폐성 장애인, 청각 장애인,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이 함께 일하는 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팀의 업무 성과에 고객사도 만족하여 우리는 장애인과 경력단절 여성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또한, 이 팀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기존 직원들과 파트너 회사들도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장점과 약점을 다 가지고 있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를 도와가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지체가 한 몸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큰 은총과 기적을 경험한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