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다는 것. 여러분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단지 걷는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힘없는 다리로 균형을 잡지 못해 여러 번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몇 발자국을 걷고 나면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퉁퉁 부어서 며칠을 통증과 싸워야 했습니다.
처음 타보는 휠체어가 낯설었습니다. 양쪽 팔이라도 성하면 혼자 바퀴를 굴려서 갈 수 있으련만, 움직일 수 없는 양쪽 팔이 아파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만요. 고무줄을 힘껏 잡아당겼다가 튕겼을 때와 같은 그런 아픔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겨드랑이에 낀 목발도 낯설었습니다. 힘이 없어 넘어지기도 수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휠체어도, 목발도 없이 혼자서 일어섰을 때의 감동은 세상에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주님은 어떤 시련에서도 일어설 힘과 용기를 주셨음을 두 발로 정상적으로 다시 걸을 수 있는 과정을 통해서 알려 주셨습니다.
제가 큰 교통사고에서 6개월 만에 두 발로 다시 일어서는 그 날, 저는 오로지 주님만을 믿고 따르겠다고,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주님께 얼마나 찬미와 영광을 많이 드렸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하느님은 제게 묵상할 수 있는 은총도 주셨습니다. 물론 그렇게 좋아하던 테니스도 못 치게 되었고, 사이클과 등산도 못 하게 되었지만, 그 대신 주님은 저에게 제일 소중한 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백의 기도를 바칠 때 여러분은 가슴을 몇 번이나 치시나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며 보통 세 번 치시지요? 가슴을 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치십니까? 그냥 기도문에 나와 있으니까 치는 것으로 생각하진 않으신지요? 사고 후유증으로 저는 제 오른손으로 제 가슴을 10년 넘게 칠 수가 없었습니다. 치고 싶어도 오른쪽 어깨에 인공관절이 들어있어 주먹이 가슴까지 닿지를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성한 팔로 의미 없이 가슴을 칠 때보다 얼마나 더 주님을 생각하며 가슴을 치고자 애썼는지 모릅니다. 성치 않은 팔이 한 번 한 번 가슴을 향할 때마다 저는 그동안의 아픔과 좌절들을 모두 봉헌했습니다. 교통사고 전 그릇된 신심 생활을 했던 제 탓이 얼마나 컸는지 묵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통증 탓에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있는 지금 저는 어디로든 피하고 싶고, 절망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던 과정을 통해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시고자 하셨던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봉헌하고 제 손안에 쥐고 있는 집착과 재물과 모든 욕심에서 벗어났을 때, 하느님 당신은 ‘주님 사랑’이 제 손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신비로운 체험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저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입니다. 저는 주님께 속한 것이고, 주님 나라를 이루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한 삶이기에, 아직도 제게 남은 건강한 몸과 올바른 마음과, 많은 것들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역경이나 어려운 시련이 다시금 닥쳐와 이 한 몸 지쳐 쓰러질지라도 주님을 위한 것이라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그래서 결코 사랑이신 주님 안에서 저를 주님과 떼어놓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