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주님의 부르심과 이에 응답하는 나를 생각해본다. 주님의 부르심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나를 보며 가슴 한쪽에서 허전한 무엇인가를 느낀다. 그리고 가끔은 좋은 말씀을 통해 변화해가는 나를 생각한다.
성당에 나가 여러 사람을 만나보자고 생각해 아내에게 ‘성당 나가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지나가는 말로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처형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 부부를 ‘주일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해줬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교리를 받게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동안 처형은 우리 부부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긴 시간 동안 기도를 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기도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가 나에게 성당을 나가보라고 권유한 사람이 없었고, 어떻게 잘 알지 못하는 성당에 나가게 됐는지, 이 모든 것이 주님의 부르심이라 생각한다. 그 기도의 덕분인지 나는 아내와 함께 2012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
예비신자 때 아침 미사를 매일 빠지지 않고 나갔었다. 세례를 받기 전이어서 영성체는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영체를 영하는 신자들을 볼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세례 후 첫 영성체 때 영성체를 못 하던 때가 생각나 더욱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영성체했다.
주임 신부님의 권유로 독서단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봉사를 하게 됐다. 처음 독서대에 올라갔을 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렸는지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지금도 독서대에 서면 긴장하게 돼 실수할 때마다 겸손되이 정성을 다해 말씀을 여러 번 읽고 나에게 다가오는 말씀들을 새겨보려고 노력한다.
삼위일체 신앙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거룩한 미사 때 주례 사제는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선포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삼위일체 신앙을 다시금 알게 한다.
성찬 전례 때 주례 사제는 “너희는 이 빵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내어줄 내 몸이다, 그리고 잔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너희는 이 잔을 받아마셔라. 이 잔은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피의 잔이니 너희의 죄를 사하여 주려고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고 기도한다.
나는 ‘이를’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최후의 만찬을 행하여라”라는 뜻이라는 본당 주임 신부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미사 전례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삼위일체 신앙 안에서 우리의 삶 안에 계시는 주님을 알게 돼 일상에서 감사함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성숙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삶 속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모든 것이 사랑이신 주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주님은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는 당신의 말씀과 몸을, 영성체를 통해 우리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부ㆍ성자ㆍ성령을 알게 하신다. 또한, 우리와 함께하시는 삼위일체 신앙을 알게 하신다. 지금도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는 마음이 항상 나에게 주어지길 주님께 기도한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