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54. 내 안에 머물러라

전승환 (레오, 작가)
전승환 (레오, 작가)

 

오싹하거나 무서움을 느낄 때 주님을 찾으신 적이 있는지요. 어릴 적 살던 집은 골목 안에 위치한 주택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돌아보면 승용차 두 대를 겨우 주차할 수 있는 짧은 거리의 좁은 골목이었는데, 어린 저에게는 매우 크고 길게 느껴지는 골목이었습니다.

그 골목에서 저는 축구도 하고, 눈이 올 때면 눈싸움도 하고, 다양한 놀이를 즐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집에 들어가는 골목길이 아주 긴 거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골목이었으니 더 길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 짧은 골목을 지나면서 ‘주님의 기도’를 외친 적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는 모습을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가 그 순간만이라도 주님을 찾았다는 걸 대견하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 매 순간 주님을 생각하고 자랐으니 말이죠. 그 아이는 커서도 어려울 때나 힘들 때, 한계에 다다른 순간이 올 때 무의식적으로 하느님을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주님을 찾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매 주일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나는 주님의 자녀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주님을 생각하는 마음 없이 성전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어릴 적 주님을 찾던 아이에게는 아마 간절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 무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주님을 찾았을 테지요. 어린아이가 찾는 주님은 순수함을 기반에 두기에 찾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주님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는데 우리는 계속 다른 곳만 바라보다 필요할 때만 찾았을지도 모르니까요.

늘 주님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주님을 찾고,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픔을 덜어 주셨기에 큰 힘이 되었다고 찾았으면 합니다. 언제 어느 때나 주님께선 우리 곁에 계시니 우리는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계시기에 더 큰 아픔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어릴 때 즐겨 부르던 성가가 있었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라는 성가입니다. 아마 그 가사야말로 우리가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할 성서 구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들입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여러분도 내 안에 머물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요한 15,4-5 참조)

우리가 주님을 찾지 않고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주님의 사랑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주님 곁에서 그분을 잊지 않는다면 분명 우리는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