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성모상이 있습니다. 서울 잠원동성당 마당에 있는데요. 동그스름한 얼굴이 상당히 인상도 좋고 기품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성모상입니다.
제가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아내를 처음 그곳에 데려가 인사시켰고 큰 기쁨과 큰 슬픔이 있을 때마다 늘 찾아가 초를 밝히며 기도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기쁨의 눈물도 참회의 눈물도 다 그분 앞에서 흘렸고 그래서 그분은 저의 모든 걸 알고 계십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마다 늘 함께 해주셨던 성모님이십니다.
제가 또 정말 좋아하는 수녀님이 계시는데요. 그분을 처음 만난 건 1994년 12월, 서울 혜화동성당 앞 로터리에서입니다. 조그마한 체구에 엄청난 짐 보따리를 들고 가시는 모습에 몰고 가던 차를 세우고 여쭤보았습니다. “수녀님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좀 모셔다드릴까요?” 수녀님께선 “고맙다”며 “근처 4.19 기념관까지만 태워달라” 하셨습니다. 차가 막혀 40분 정도 걸렸으니 근처는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수녀님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게 되었습니다. 근데 수녀님께선 차에서 내리시기 전 저의 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하나는 당시 취업 문제로 힘들어하던 여동생에게 직장을 마련해 주셨고, 또 하나는 늘 떨어지던 탤런트 시험에 이번엔 붙을 거라고 장담을 해주시는 거였습니다.
당시 저는 방송국 공채 시험에 7전 8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벌써 11번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 수녀님 그게요,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소위 말하는 빽도 있어야….”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녀님께선 시험 날짜를 물어보시더니 “아니에요. 이번에는 됐어요. 그날이 성 요셉 대축일이라 안 될 수가 없어요. 빽이라면 하느님이 있잖아요. 뭘 걱정하세요?”
평범해 보이셨던 거와 달리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위엄과 카리스마가 상당하셨습니다. 더 이상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우리 수녀원에 가면 모든 수녀님에게 요셉씨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할게요. 그럼 될 거예요” 하면서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저는 그 후 수녀님 말대로 12번 만에 공채시험에 붙었고 여동생은 그곳에서 오랜 세월을 버틴 후 정식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주님께선 저랑 여동생이 당시 간절히 바라던 두가지의 소원을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수녀님을 통해 이뤄주셨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오랜만에 보니나 수녀님이 계시는 살레시오수녀원에서 온 가족이 함께 성탄 케이크의 촛불을 불며 즐거운 성탄 밤을 보내고 왔습니다.
여러분, 혹시 주위에 무거운 짐을 들고 계시는 수녀님이 보이나 잘 살펴보세요. 주님께선 여러분의 기도를 어떻게든 들어주시기 위해 늘 살피고 또 살피시는 분이시니까요.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