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79. 영혼이 치유되는 성가대 봉사

(백윤형, 알베르토, 한국항공소년단 사무총장)
(백윤형, 알베르토, 한국항공소년단 사무총장)

저는 전역 후 군종교구 공식 단체인 ‘앗숨성가대’에 가입했습니다. 앗숨(Ad Sum)은 라틴어로 ‘예, 여기 있습니다’라는 뜻으로 단체의 소명을 잘 표현하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모습처럼, 앗숨성가대도 국군 장병이 있는 곳이라면 전·후방 어디라도 찾아가는 성가대입니다. 더불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군종신부님들께도 힘이 되어드리고자 노력합니다.

성가를 통해 하느님의 사도직을 수행하는 앗숨성가대는 주 활동층이 젊은 청·장년들이지만 저처럼 나이가 지긋한 단원들도 있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우리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성가를 통해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줄 수 있다는 소명과 봉사 정신입니다.

특히 힘든 병영생활에 지친 병사들과 함께 다시금 주님께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 자신들의 영성도 깊어짐을 늘 체험하고 있습니다. 성가의 내용은 모두 기도입니다. 그 기도를 통해 우리 단원들도 주님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감동합니다. 또한, 우리의 합창을 듣는 장병들이 눈물을 흘리며 주님의 사랑을 느낄 때,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고 느끼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미사 봉헌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여러 가지 일화도 그간 참 많았습니다. 한겨울에 난방이 되질 않는 곳에서 반주자가 손가락이 얼어 호호 불어가며 손을 녹여야 하는 일도 있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어 무반주로 성가를 부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부산에 있는 공군 성당을 방문했을 때는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취소되어 모두 급히 기차표를 구하고 서울까지 입석으로 올라온 기억도 납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는 봉사 여정에서 느낀 각자의 신앙 고백 나눔도 이루어집니다.

특별히 주님의 고통과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시기에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생각하며 노래를 연습할 때는 성가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 깊이 파고들어 어느 순간 목이 메어 오며 눈가가 뜨거워집니다. 성가를 통한 묵상으로 우리의 영혼이 위로받고 치유됩니다. 우리 성가대가 성가의 깊은 의미를 생각하고 느끼며 신자들에게 전달할 때, 우리의 진정한 기도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은혜로운 회개의 때, 이 사순의 기도 여정을 통해 부활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기를 기다립니다. 오늘도 일상의 반복으로 지친 단원들이 늦은 저녁까지 연습하고 기쁜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성령의 은사와 성가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