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281.구원을 향한 동행

(오수진, 아가타, KBS 기상캐스터)
(오수진, 아가타, KBS 기상캐스터)

2년 전,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기상캐스터 후배가 가톨릭 청년 성서모임에 함께 나가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좋아하는 후배의 제안이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마냥 즐거울 것 같았고, 성서모임이라는 것을 통해 그간 다소 냉담했던 시간을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연한 동기로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그 모임이 냉담을 풀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성서모임은, ‘탈출기’를 공부하는 모임이었습니다. 탈출기는 이미 잘 아시겠지만,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들을 주님께서 큰 구원으로 이끄신 이야기입니다. 디즈니 영화 ‘이집트 왕자’의 바탕이 된 이 기록은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혹독한 고난 자체인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하느님이 등장하셔서 그들을 구하려고 하십니다. 노예의 힘든 삶 속에서 나타난 구원의 말씀이며, 선택해야 하는 마땅한 제안이지만, 탈출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나를 구하시겠다는 그분의 말씀대로 행하고자 하였지만, 마주하는 고난과 역경, 긴 광야는 그들을 지치게 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고통 속에서 이스라엘 민족은 심지어 이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노예의 삶이 낫겠다고,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더라도 익숙해진 그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이 편하겠다고 말입니다.

크고 작은 일상의 힘든 시간을 생각하면, 제가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패턴 또한, 그때의 이스라엘 민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삶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그 뜻을 향해 움직여야 하지만, 일상 속에서 그분의 뜻을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 익숙해진 냉담의 삶에 가까워지게 되기도 합니다.

탈출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신앙의 교훈들 속에서도 제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점은, 그들의 힘든 시간이 결과적으로는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땅을 찾아 움직이던 그 고난의 시간이, 사실은 더 큰 구원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점입니다. 고군분투하는 우리 삶 속의 어려운 시간 또한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바라보면 더 큰 사랑과 은총을 향한 길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삶 속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기거나,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하고 화가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개인의 시련 속에 지쳐 하느님과 멀어지게 되거나, 그 뜻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에 주님께서는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는 방식으로 각자의 삶에 동행하고 계시며, 더 좋은 때에 더 좋은 것을 행하고자 하신다는 점을 믿고, 그 굴곡들을 현명하게 이겨내는 신앙인이 되고 싶습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