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33. 어린이처럼

권경수 헬레나(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권경수 헬레나(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이 세상 만물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덕분에 각기 아름답고 가치 있는 존재로 태어났다. 하느님은 당신의 전능하심과 오묘하심을 발휘하시어 어떠한 존재도 그 성질이나 모양이 같지 않은 형태로 만드셨다.

모든 존재는 각기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아름다움을 갖게 하셨고 어린 생명체에서 어른 생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갖 자양분과 에너지를 주신 것이다.

아마도 어린 생명체를 키우실 때는 그 연약함을 보호하시느라 더더욱 힘을 기울이시어 어린 생명의 순수함과 맑은 성향을 지켜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인들은 사람, 자연, 사물에 대해 여러 가지 눈으로 본 시상을 그려냈다. 낭만주의 시대 시인으로 유명한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970~1850)의 유명한 시 ‘무지개'(A Rainbow)는 가장 순수한 눈으로 본 감동적인 자연을 노래한 시이다.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나의 가슴은 설렌다.

 내 생애가 시작할 때도 그러하였고

 나 어른 된 지금도 이러하거니

 나 늙어진 뒤에도 그러리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죽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여라…. 

 시인 워즈워스는 어린이의 순수함을 통해 모든 자연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음에 감동하였고 어른 역시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그 맑음을 지닐 때 축복을 받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이 친숙한 시를 읽을 때마다 “너희는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된다.

 영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찰스 램(Charles Lamb, 1775~1835)은 「엘리아의 수필집」(Essays of Elia)에서 ‘굴뚝 청소부 예찬’이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순수한 어린아이들에 대해 어른들이 가져야 할 자비심과 따뜻한 마음을 갈급하여야 함을 노래했다. 그는 실제로 굴뚝 청소부를 좋아했고 어른이 아닌 어린이 청소부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꼈던 것이다.

 ”아직도 볼에서는 엄마가 닦아준 냄새가 솟아오르는 어린 청소부, 그들의 해맑음이 어른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난 새처럼 굴뚝 청소를 하라고 소리를 지를 때 그 아이의 가난한 얼굴을 보면 따뜻한 동정을 느끼게 되고 검은 옷을 입은 성직자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술회했다.

 새벽 추위 속에서 시커먼, 지옥의 입구 같은 굴뚝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시인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숨 막힐 것 같은 동굴을 더듬어 들어가는 청소부 아이를 보면서 “이제 저 아이는 절대로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야!” 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그런데 유령같이 시커메진 아이가 굴뚝쑤시개를 들고 햇볕 속으로 다시 나왔다고 가냘픈 소리로 외칠 때 시인은 얼마나 좋아했던지…. 시인은 그때 <맥베스>의 무대에서, “왕관을 쓴 아이 혼령이 손에는 나무를 들고 일어선다”고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인은 이렇게 유모와 페이소스로 어린 청소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그 같은 어린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고기를 구워서 넉넉하게 음식을 대접하였고 그 식탁에서는 “검은 옷을 위하여” 또는 “굴뚝쑤시개가 월계관보다 뛰어나길”이라고 외치면서 따뜻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작가는 이 수필을 통해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 그들의 순수성과 맑음 가운데 내재하고 있는 아름다운 영혼과 비교할 때 세상의 물질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에 대해 깨달음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나는 요즈음 내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내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 텁텁한 어른의 옷을 어린이의 순수함이 배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긴다. 지금 나 자신의 지나온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았을 때 매우 공허한 빈손으로 예수님께 달아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이제 앞으로의 여정은 조금씩 채워진 손으로 주님께서 걸어가시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대한 그 분의 아픔은 얼마나 클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를 묵상하면서 어린아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분께 다가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