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347. 통찰의 은총

(신동진, 루도비코, 아나운서)
(신동진, 루도비코, 아나운서)

 

방송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중 앞에 뉴스를 전하면서 어느 순간 ‘내 생각은 합리적인가, 나는 본질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감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한 균형 감각과 통찰력에 대한 열망으로 정치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는 많은 토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 논리에 공감한다면 사회 전체의 이익 통합을 위해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각자의 이익 선호체계를 바꾸는 과정 중심적인 토의가 중요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의 원리는 넘치는 건 덜고 모자란 건 채우는 거라고 합니다. 이른바 황금 비율을 말하는 건데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도 현실 정치에서 ‘비율의 감각(sense of proportion)’을 강조하며, 현실은 그다지 합리적이고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치 이상과 현실에 대한 비율의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러시아의 대문호들은 창가에 앉아 창문을 활짝 열고 찬 공기를 호흡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책상 밑 물통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발을 담근 채 글을 썼다고 합니다. 찬 공기는 현실 세계에 대한 현실감각이고 뜨거운 물통은 영감이나 창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비율의 균형감각’을 중요시한 걸로 보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관통하는 소통과 통섭이 화두로 떠오른 지도 이미 오래입니다.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입니다.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며, 한쪽이 넘치면 다른 쪽이 덜어주고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쪽이 채워주는 비율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가 자기 색채의 매체로 정치정보를 얻는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토론을 많이 한다면 집단 간 양극화를 줄여 ‘비율의 균형’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잘 잡힌 균형 감각은 세상을 바로 보는 통찰에도 기여할 겁니다.

성령을 이야기할 때도 ‘통찰’에 대해 말합니다. 통찰을 뜻하는 라틴어 ‘인투스 레제레(intus legere)’는 ‘내부에 있는 것을 읽어내다’라는 의미로, 통찰은 성령께서 부어주시는 은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이 통찰의 은총으로 그리스도인에게 드러나는 현실 너머로 나아갈 수 있고, ‘하느님의 지극히 깊은 뜻과 그분의 구원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누구든지 인간적 지력과 분별력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오직 하느님만이 하시는 것처럼 깊이 있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통찰의 은혜로 가능하며, 주님은 우리에게 이 좋은 선물로서 성령을 보내주셨다고 합니다. 결국, 통찰의 은혜는 우리에게 갖가지 상황과 모든 것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도록 하는 은총이고 은혜인 겁니다.

주님께 성령으로 통찰의 은혜를 내려주시기를, 그리하여 하느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어주시길 간구합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