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35. 기도 그물에 걸린 새

 

이효재 지나(한복 디자이너ㆍ보자기 아티스트)
이효재 지나(한복 디자이너ㆍ보자기 아티스트)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안 보고 컴퓨터도 못하는 내가 어쩌다 시내에 일 보러 나갔다가 일기예보를 못 봐 폭설에 천지가 하얗고, 길 위에 사람들은 울긋불긋 준비된 우산 꺼내쓰고, 나만 진눈깨비 젖은 눈 맞고, 택시 안 잡혀 한길에 서 있을 때, 잠깐은 서러운 생각도 들지만 그것 또한 어쩌다 있는 일이고. ‘집이 새면 좀 어때 가리면 되지!’ 하는 식으로 나는 매사 태평이다.

차 없이 걸어 다니면 봄바람이 얼마나 상큼한지 좋잖아. 혼자 자족하며 긍정의 해석으로 삶을 즐긴다는 철학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지금도 어제같이 느껴지는 몇 년 전 어느날 오후, ‘효재'(한복숍)에서의 강의는 졸음이 몰려오는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진행됐다. 나름의 내공으로 제일 옷을 예쁘게 입고 온 여인을 눈여겨봐 두었다가,

“잘 어울린다” “어디서 샀느냐”는 등 싱거운 소리를 하며 같이 웃고 졸음을 쫓고, 마무리하는 순서로 매번 강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옷 잘 입는 여인이 내게 물었다.

“가톨릭 신자세요?”

지금까지도 뭐라 대답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 여인이 돌아가서 나의 답변이 가슴에 걸려 기도를 시작하게 됐다는데. 내 대답은 “먼 옛날의 추억”이었다고 한다. 그 여인은 나의 이 대답이 가슴에 걸려 끝없는 기도를 시작하게 됐고, 나는 옷 잘 입는 여인의 기도 그물에 걸린 새가 됐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