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49. 자살자 수가 OECD 국가 중 1위인 나라

이승하 프란치스코(시인, 중앙대 교수)
이승하 프란치스코(시인, 중앙대 교수)

 

유다 이스카리옷은 비판받아야 한다. 예수를 적대시하는 수석 사제들에게 은돈 서른 닢을 받고 예수를 팔았기 때문에? 아니, 이런 배신행위보다 더욱 비판받아야 할 것이 자살 행위다. 나중에 유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돈을 돌려주고는 자살하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다의 행위 중에서 그래도 잘한 것으로 자살을 꼽고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자살은 책임 회피이자 자신의 행위를 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오만방자한 행위가 아닌가. 죄를 지었으면, 자신의 행위가 죄인 것을 알았다면, 회개하고 마리아께라도 사죄했어야지, 왜 자살을 한 것인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 벗어날 날은 언제일까. 언론은 ‘부동의 1위’라는 표현을 썼다. 2위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확실한 1위였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연간 14만 명이다. 지난 20년간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1997년 IMF 시절’이라고 대답한다. 누구나 힘들었다고 한 그 시절에도 하루 15명 이상은 죽지 않았다.

IMF 때보다도 2~3배 이상 자살자가 증가한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 당시보다 더 알뜰한 복지국가가 된 것일까? 정권마다 안정시키겠다고 입이 닳도록 외쳐대는 ‘소비자물가’가 껑충껑충 뛰고 있다. 자살률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

수필가와 번역문학가인 전혜린은 서른한 살에 음독자살했다. 사망 다음 해에 나온 유작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1960년대를 넘어 70년대에도 베스트셀러였다.

1976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일기 모음집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도 70년대 후반기 내내 베스트셀러였다. 세월이 흘러 두 권 책이 절판되자 민서출판사에서 판권을 인수하여 새롭게 펴냈고, 개정판을 또 내어 지금도 관심 있는 독자들은 그녀의 에세이집과 일기책을 쉽게 사 볼 수 있다.

이 2권 책의 발문은 은사인 성균관대 독문학과 박인수 교수, 전혜린기념출판위원회 회장 김홍진, 동생 전채린이 썼다. 권말에는 지인 이어령ㆍ김남조ㆍ한무숙ㆍ이봉구ㆍ이덕희가 쓴 추억담 혹은 조시가 실려 있다.

사망 직후에 쓴 글이어서 그런지 하나같이 그녀의 이른 죽음에 대해 애틋한 추모의 정을 담았고, 일찍 사라진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애석함과 함께 생의 열정에 대한 찬사의 뜻을 담았다.

하지만 이제는 전혜린의 자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녀가 지상에 머문 것은 정확히 31년 열흘이었다.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이던 1955년에 독일 뮌헨대학으로 유학 가서 그곳에서 법학도 유학생인 김철수와 결혼하여 딸 정화를 두었다.

졸업 후에는 한국인 유학생이었음에도 학과 조교를 했고, 1959년 4월에 귀국하여 서울대ㆍ성균관대ㆍ이화여대ㆍ경기여고 등에서 강의했다. 독일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왔을 뿐인데 갓 서른한 살이 된 해에 성균관대 조교수로 부임했으니 그녀의 세속적인 출세는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그러나 교수가 된 지 1년 만에 정확하지 않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게다가 다섯 살짜리 딸을 두고 죽었다. 전혜린의 어린 딸은 어머니가 자살한 사실을 훗날 알게 되었을 텐데, 어떤 심정으로 살아갔을까. 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자살하지 말았어야 했다. 전혜린, 그녀는 나쁜 엄마였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