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65. 기다려 주기

강인봉 베네딕토(가수, 자전거 탄 풍경)
강인봉 베네딕토(가수, 자전거 탄 풍경)

 

따로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일일 겁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다른 이들의 흠은 너무나 쉽게 눈에 들어오지요. 세상에는 왜 이리 매너없는 사람들이 많은지 못마땅한 일은 끝도 없습니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한다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아무 데나 주차하고….

지난주에는 당고개 순교성지에 주일 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소속 본당은 따로 있습니다만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또 순교성지 특유의 경건한 분위기에 이끌려 자주 가게 되곤 합니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공원과 함께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느 본당보다 더욱 주차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단체로 성지순례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멀리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오시곤 합니다.

그런데 지난주 식구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러 공원길을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는데 승용차 한 대가 좁은 공원길을 따라 들어오더군요. 어쩔 수 없이 다들 잠시 한쪽으로 비켜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미사 드리러 오는 사람 같은데 좀 걸어서 올 일이지’라며 조금 언짢은 기분으로 성당 앞에 도착했습니다.

성당 앞 좁은 주차장에는 방금 그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어쩐지 좀 불량스러워 보이는 남자분이 차에서 내리시기에 ‘그럼 그렇지’ 하고 혼자 못마땅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남자분이 차 트렁크를 열고는 휠체어를 꺼내시더군요. 그리고는 아마도 엄마와 누나인 듯 보이는 두 여자 분이 한 눈에도 지체 장애인임이 분명한 청년을 부축하여 휠체어에 태우고는 성당으로 함께 들어갔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미사 시간 내내 그분들 쪽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서둘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사람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던 거지요.

생각해 보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도,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저 혼자서 ‘불량스러워 보이는 남자’라고 판단 내리고 그것만이 유일한 결론인 양 믿어온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릅니다.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하고 정말 급한 볼일이 있어 잠시 길을 막고 주차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면 무조건 매너없는 사람으로 매도해 온 것이지요.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마태 7,1)라는 말씀은 그저 말씀일 뿐, 어느새 스스로가 독선적이고 성급한 심판자가 되어버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을 조금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오는 승용차를 보며 바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하기보다는 ‘무슨 사정이 있나 보다’라고 조금만 더 여유롭게 생각했더라면 스스로 부끄러울 일이 없었을 텐데,

누군가 내 눈에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에 곧바로 거기에 대응하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는다면 눈살 찌푸릴 일이나 시빗거리가 많이 줄어들겠지요.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나 경솔한 행동 때문에 후회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 다는 아닐 겁니다. 단편적인 말이나 행동만으로 누군가를,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무엇이건 빠른 것이 더 인정받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기다림이 많은 것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