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라가기 전이나 텔레비전 방송 녹화를 하기 위해 가수들은 많은 준비를 합니다.
의상을 고르고 메이크업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타 조율도 철저하게 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 좋은 소리로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리허설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가장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 무대에 올라가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때는 리허설을 마치고 간단히 식사를 하다 보니 애써 매만져 놓은 머리 모양이나 메이크업, 옷매무새가 흐트러지기도 하고 날씨에 따라 기타 조율이 엉망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조금씩 수정을 하거나 보완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는 철저하게,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올라가지만, 공연을 마치고 나면 늘 어디 한군데는 미흡했다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사실 가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단어 몇 개만 바꾸어 놓으면 우리 모두 거의 비슷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이신 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요즈음 가장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험생이나 그 부모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가장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후회스러움, 100% 만족스럽지는 않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에게나 남게 됩니다.(물론 100% 만족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분들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시도하기도 하고 다음번엔 더 철저히 준비하고자 결심을 하게 되지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가수들에겐 다른 공연이나 방송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질러서 단 한 번의 무대로 가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또 오기 마련입니다.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삶이라면 그게 바로 지옥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실수나 실패할 여지가 없는 삶, 단 한 번의 시도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하룻밤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 했던 베드로 사도나 한때 그리스도교 탄압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바오로 사도를 떠올려 보면 누구에게나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있어야 하고 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 당장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시간이 좀 지나고 되돌아보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곤 하지 않으신지요?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는 바꾸어 말하자면 우리 삶에는 계속되는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이번 한 번의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그것만으로 삶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저 같은 경우에도 노래 부르는 모든 무대가 일종의 시험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어제 멋진 공연을 했다고 오늘도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다음 기회,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겁니다.
사람이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은 ‘지우개’라고 합니다. 지울 수 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잘못된 어제이건 만족스러운 어제이건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잘못은 깨끗이 지우고 추억은 늘 간직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빕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