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92.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시성

맹광호 이시도로(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수필가)
맹광호 이시도로(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수필가)

5월이 교회에서는 ‘성모님의 달’이지만, 국가적으로는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국민 모두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건전한 가정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자는 매우 훌륭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가정의 달이 되면 저는 종종 1980년대 중반, ‘솔뫼 피정의 집’에서 들었던 강론 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제목은 정확히 생각이 안 나지만 그 내용이 ‘가정의 중요성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관한 것이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기억합니다. 이 일을 제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 후 여기저기 본당 신자들을 위한 강의에서 자주 그 내용을 인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때 신부님께서는, 당시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돌아가시면 큰 성인이 되실 거라고 예언(?)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황님은 2005년 4월 3일 선종(善終)하신 뒤 불과 9년 만인 2014년 4월 27일에, 50년 전 선종하신 요한 23세 교황님과 함께 성인(聖人) 반열에 오르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큰 성인이 되실 거라고 말씀하신 근거는 이렇습니다. 2000년 우리 교회 역사를 통해 볼 때, 교회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그 시대의 중요한 문제에 관해 많은 일을 하신 분들이 꼭 큰 성인이 되시곤 했는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현대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위기에 처한 가정’을 지적하시고, 건전한 가정 회복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기심으로써 교회의 존재 가치를 크게 높이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부님께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이전의 큰 성인으로 다음 세 분을 꼽으셨습니다. 즉, 6세기 초, 노동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향락에 빠진 사회적 병폐를 고치기 위해 ‘노동과 기도’를 실천하신 베네딕도 수도회 창설자 베네딕토 성인,

12세기 로마의 화려한 성당들 앞에서조차 구걸하는 많은 걸인을 보며 평생 ‘가난한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프란치스코 수도회 설립자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그리고 16세기 소위 종교개혁을 빌미로 교회와 교황의 권위에 대항하는 신교도 집단에 맞서 영신수련(靈神修練)을 통한 교회의 ‘혁신과 반성’에 앞장선 예수회 설립자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 등입니다.

이런 교회 역사를 보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사회의 기초 단위이며 작은 교회인 가정들이 파괴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신 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큰 성인이 되실 거라는 점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1981년 교황님이 반포하신 유명한 교황 권고 「가정 공동체」( Familiaris Consortio)를 비롯한 많은 문헌이나 연설문 내용을 보면 결혼과 가정, 그리고 이와 관련한 성(性)과 자녀 출산 등에 관한 것들이 절반을 넘는다고 합니다.

그때, 솔뫼 피정의 집에서 강론을 해주신 신부님은 당시 그곳 피정의 집 관장이셨고, 지금은 대전교구 교구장이신 유흥식(라자로) 주교님이십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