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99. 가톨릭 언론인들의 봉사

김선동 루카(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JPA/Seoul) 회장)
김선동 루카(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JPA/Seoul) 회장)

노인사목을 하시는 신부님을 본당 주임으로 모셨던 인연으로 7~8년 전 공동체 가족들과 함께 종로성당으로 무의탁 홀몸노인 배식 봉사를 다녔습니다. 미사를 마친 어르신들을 식탁으로 모시고 가 음식을 갖다 드리는 일을 주로 했지요. 줄을 길게 늘어선 어르신들이 안쓰러워 밥상을 차린 후 식탁으로 모시면 훨씬 더 빨리 점심을 드릴 수 있겠다고 제안했지만 역시 비전문가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를 묵상해 봅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효율성만 따져 대충대충 빨리빨리 서비스하면 동냥을 준 것과 다름없고, 따뜻한 밥과 국을 정성스럽게 차려 천천히 맛있게 많이 드시게 하면 초특급 호텔 서비스가 된다는 것을 간과한 거지요.

6년 전부터는 업무를 통해 익힌 일로 봉사합니다. 저는 ‘최후의 기자이자 최초의 독자’인 교열기자입니다. 취재기자가 쓴 원고로 신문을 만들 때 문법상 문맥상 잘못된 문장을 바로잡는 일을 하는데 곳곳에서 쓰임새가 제법 많습니다.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부탁이 들어오면 대개 들어줍니다. 회사 일과 겹쳐 지칠 때도 많습니다만 나름의 보람이 있습니다. 훌륭한 분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먼저 읽을 때 느끼는 감동과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그리운 김수환 추기경3」에서 인권변호사 김형태씨와 안규리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외국인노동자 무료 진료소 ‘라파엘 클리닉’ 탄생 비화가 나옵니다. 치과의사 모녀 살인 피의자를 구명할 때 의학적 조언을 해준 안 교수에게 김 변호사가 파키스탄 노동자 살인사건의 억울한 피의자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안 교수가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광주교도소로 그들을 만나러 갔지만 음식물 반입이 안 됐지요. 김 변호사에게서 “차라리 의료로 도와줘라”는 얘기를 듣고 시작한 게 바로 ‘라파엘 클리닉’이랍니다. 봉사도 잘하는 일로 하면 금상첨화란 말이지요.

이제 저의 모임에 대해 조금만 얘기하겠습니다. 신문과 출판업에 종사하는 신자들의 모임으로서 매월 미사를 봉헌하고 방송인 모임과 합동 피정 및 성지순례로 신심을 고양하고 형제애를 나눕니다. 연간 여러 행사를 통해 800명 정도 모이는데 젊은이들의 참여가 저조해 늘 걱정합니다.

각 교우회 회비와 선배들의 기부금, 미사 헌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데 회비와 기부금은 영적 도서 나누기와 친교 비용으로, 헌금은 이웃 나눔 행사에 씁니다. 작년에는 한 선배가 이끄는 합창단 관현악단과 무의탁 노인요양원에 가서 같이 놀고 갈비탕 600그릇을 희사하며 배식 체험도 했지요.

하지만 언론인들에게 이런 봉사로는 2% 부족합니다. 흔히들 “기자들은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국어 교사가 어느 날 갑자기 수학 교사를 할 수는 없지만 기자는 다릅니다. 정치부 기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회부 기자가 되어도 짬밥(?)만큼 일합니다.

세상을 넓게 보고 유연성도 있는 거죠. 의사나 변호사처럼 개인적으로 무료 진료ㆍ변호는 못 할지라도 선후배 언론인들이 어울려 노소동락하면 사목 협조자로서도 큰일을 낼 만합니다. 진영 논리에만 매몰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선배들도 왕년엔 모두 ‘무관의 제왕’이었으니까요.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