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단상] 159. 이웃 교회 신자가 작곡한 아름다운 음악

이강민 (노트케르 발불로,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음악 칼럼니스트)
이강민 (노트케르 발불로,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음악 칼럼니스트)

“지휘자님! 개신교 노래를 왜 부르나요?”

가톨릭합창단 지휘자로서 단원들과 신자들에게 간혹 받는 질문이다. 정말 궁금해 묻는 이도 있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퉁명스럽게 묻는 이도 있다. “지휘자가 개신교 출신이라 그런가 봐” 하면서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다. 대답에 앞서 ‘개신교 노래’라는 표현 대신 ‘개신교 성가’ 혹은 ‘개신교 찬송가’로 부르는 것이 이웃 교회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우리가 부르는 가톨릭 성가에는 개신교회에서 온 곡이 적지 않다. 당연히 가사는 가톨릭 교회 정서에 맞게 수정됐지만, 의미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표적인 개신교 찬송가로는 ‘주 하느님 크시도다’(2번)와 ‘찬양하라’(4번), ‘평화를 주옵소서’(44번), ‘주여 임하소서’(151번), ‘주 날개 밑’(436번) 등이다. 성경을 중요시하며 성령에 대한 신앙 체험을 강조하는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영향을 받은 한국 개신교회의 찬송가를 가져다 쓴 것이 많다.

또한, 흑인영가는 노예로 살던 흑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고통을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견디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고유한 흑인(아프리카) 정서와 백인 음악이 만나 흑인영가라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가사는 문학적이지 않고 종말론적 색채가 강하며 성경과 관계없는 주관적 내용이 많다. 우리 성가집에는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489번)과 ‘주의 빵을 서로 나누세’(502번)가 실려 있다.

흑인영가도 미국 개신교회의 산물이다. 가톨릭 성가에는 신학과 교리가 다른 여러 개신교회의 성가가 가톨릭 교회의 전통 성가와 함께 실려 있다. 성가 작곡가가 ‘Choral’이라 쓰인 곡이 있다. 이는 대부분 루터교회에서 왔고, 성공회와 감리교 성가도 있다. 이미 우리는 여러 개신교 교파의 성가를 부르며 미사를 하고 있다.

음악사를 장식한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은 대부분 가톨릭 교회 신자일까? ‘음악의 아버지’ ‘교회음악의 대가’로 일컫는 바흐는 루터교 신자이고, 그의 곡은 특히 성체 성가가 많다. ‘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며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쓴 헨델은 성공회 신자다.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작곡한 멘델스존과 루터가 번역한 성경 가사를 조합해 만든 ‘독일 레퀴엠’ 작곡가 브람스도 루터교 신자였다.

‘성 베드로’ ‘성 체칠리아’ 등 미사곡과 성가를 작곡한 브리튼은 성공회 신자였고, 한국인이 무척 좋아하는 교향곡 ‘비창’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정교회 신자다.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웃 교회 신자가 작곡한 많은 성가를 오래전부터 부르며 미사를 드렸고 그들의 아름다운 교회음악을 연주하며 지냈다.

우리처럼 개신교회에서도 가톨릭 성가를 부르고 예배드리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신학과 교리에 대한 일치를 이루지 못해 나뉘어 있지만, 교회음악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치를 이뤄 세계 모든 교회가 함께 부르고 있다.

가톨릭합창단과 음반을 녹음하고 연주회를 하며, 미사 중에 성가를 부를 때마다 훌륭한 작곡가들이 쓴 아름답고 거룩한 성가에 감동하며 그 작품 안에서 하느님과 예수님, 성령님, 성모님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우리에게 음악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드린다. 힘을 다해 성가를 연습하고 정성껏 음악을 봉헌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훗날 천국에 가서 교파별로 따로 하느님을 만나고 각자의 성가를 부를 것인가?

출처: 가톨릭평화신문